"롯데 직원 7만8천명을 감원한다고?"…지라시 팩트 따져보니

연합뉴스 2024-11-24 07:00:10

유통·화학 실적부진…"유동성 위기는 과도, 사실이 아니다"

"주식·부동산·가용예금만 109조원…내년 자산재평가땐 가치 확대"

주요 계열사들, 오는 26일 기업설명회…"시장 불안 완전히 해소"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롯데그룹이 12월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고 전체 직원 50% 이상 감원이 예상된다'

이런 내용이 담긴 지라시(정보지)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퍼지면서 지난주 국내 증시에서 롯데그룹주가 동반 출렁거렸다.

지라시 내용의 사실(팩트) 여부와 무관하게 시장에 유통되는 정보에 따라 사고파는 증시 속성상 화들짝 놀란 투자자들이 동요한 것이다.

롯데그룹이 "지라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자 투자심리는 다소 진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증시에서 롯데그룹주에 대한 매매는 소강상태다. 시장에서 지라시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다.

◇ "불황 속 비상경영체제…7만8천명 감원? 말이 되나"

24일 유통·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차입금이 39조원이고 50% 대량 감원설'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롯데그룹은 39조원은 차입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는 11개 상장사의 올해 3분기 기준 총부채 규모로 매입채무와 미지급 등이 포함된 금액이라며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을 감안한 순차입금비율은 더 낮은 수준이라고 롯데는 설명했다.

롯데는 전체 직원 50% 이상 감원설은 더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직원은 국내 11만명과 해외 4만6천명으로 모두 15만6천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전체 직원의 절반이면 7만8천명을 감원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롯데케미칼[011170]과 면세점을 비상 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일부 계열사에서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받았지만, 대대적 감원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롯데온이 수조원대 적자' 역시 거짓 내용이다.

롯데온의 경우 2020년 출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5천348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건설의 미분양 탓에 그룹 소유 부동산을 매각해도 빚 정리가 쉽지 않을 듯'이라는 지라시 내용 또한 사실과 다르다.

롯데건설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 분양이 많아 미분양 리스크(위험)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은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원에 이른다.

◇ 계열사 실적 부진은 사실…"위기로 보는 건 과도"

업황 위축과 경쟁 심화 속에 롯데의 두 축인 유통 군과 화학 군의 실적이 부진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롯데쇼핑[023530]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2021년 15조5천여억원에서 지난해 14조5천여억원으로 줄었다. 유동부채는 2021년 8조9천여억원에서 지난해 10조9천여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유통업계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정통 오프라인 매장은 위축되고 이커머스가 급부상하면서 산업 자체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롯데케미칼도 2021년만 해도 연결기준 1조5천여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2년 7천여억원, 지난해 3천여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냈다.

그러나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겹쳐 석유화학 산업 자체가 불황에 빠져있다.

롯데쇼핑은 체험형 콘텐츠 강화 등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살리고 롯데온은 그룹사 역량을 활용한 상품기획(MD) 마케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친다.

롯데는 또 2021년부터 지분 투자 또는 인수한 중고나라(300억원)와 한샘(3천억원), 일진머티리얼즈(2조7천억원), 한국미니스톱(3천여억원) 등과 관련해 단기 손익구조보다 투자 방향의 적정성과 중장기 기대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증권가에선 롯데의 상황을 '유동성 위기'로 보는 것은 과도한 시각이라고 분석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롯데쇼핑의 경우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2조8천500억원이고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과 사채는 2조7천500억원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도 아니다"라며 "3분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조1천억원으로 양호하며 유휴부지를 중심으로 한 자산 매각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롯데 "그룹 유동성 문제없다…부동산·예금·주식 109조원"

'다음 달 모라토리엄 선언 및 공중분해 위기설'은 팩트일까?

롯데그룹은 "현재 보유 주식과 부동산 가치,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예금 등을 합치면 108조9천억원에 이른다"며 "유동성은 안정적"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롯데 측은 "지난달 기준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천억원에 각각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 달 평가 기준 56조원, 가용 예금도 15조4천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롯데그룹이 내년에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 보유 자산 평가 가치는 지금보다 대폭 늘어나 그룹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 관계자는 "보유 부동산 자산만 재평가해도 평가 가치가 대폭 늘어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고 해도, 부동산 일부만 팔아도 빚을 갚는데 이런 내용이 유포된 게 황당하다"며 "루머의 최초 생성자와 유포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이슈와 관련해서도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현재 수익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으나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기준 4조원의 가용 유동성 자금을 확보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며 "이번 주 중 사채권자 집회 소집을 공고해 다음 달 중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특약 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시장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 위해 오는 26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연다. 설명회에는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다.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