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美함정 2척 유지보수정비 사업 따내…새 성장동력 '기대'
김대식 담당 상무 "美함정 MRO 사업 규모 年20조원, 세계 시장 확대中"
한국, 중소 조선소·정비 업체·인력 풍부…트럼프, '긴밀 협력' 언급도
지역업체와 부품 개발·공급 설루션 '청사진'…"전투함 MRO·함정 건조 도전"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미국이 함정 유지·보수·정비(이하 MRO) 분야의 문을 우리 업체에 개방하면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진 한국 조선업계에 함정 MRO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루오션 개척에는 한화오션이 앞장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 해군 함정 2척에 대한 MRO 사업을 따냈다.
지난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함의 MRO 사업을 수주한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미국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인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맡게 되는 성과를 거뒀다.
유콘함 MRO 수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언급한 가운데 발표돼 특히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의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치켜세우며 "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화오션의 김대식 특수선·MRO 사업 상무를 지난 2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만나 미국 함정 MRO 수주의 의미와 관련 사업의 향후 전망을 들었다. 김 상무는 "계속 커지는 해외 함정 MRO 시장이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대식 상무와 일문일답.
-- 함정 MRO 사업이 구체적으로 뭔가.
▲ 해군 함정이 제 성능을 유지(Maintenance)하도록 수리(Repair), 점검(Overhaul) 등 필요한 정비를 제공하는 것이다.
해군 승조원들이 수행하는 부대정비, 군 정비부대가 진행하는 야전정비, 군 또는 조선소에서 하는 창정비, 전투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성능개량사업까지 함정 MRO에 포함된다.
--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에 진입장벽이 있나.
▲ 그동안 우리나라 조선소는 상선이든, 특수선이든 신조(新造·선박 건조)에 집중했다. 함정 MRO를 사업 또는 시장으로 보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 해군 등 여러 나라 해군이 함정 정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MRO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함정 MRO가 새로운 시장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7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5년간 미 해군 함정 MRO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 미 해군은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을 작전구역으로 하는 7함대 소속 급유함, 군수지원함 MRO를 한화오션에 맡겼다. 경쟁자가 없었나.
▲ 경쟁입찰로 진행된 것으로 안다. 어떤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는지는 고지되지 않았다.
-- 초대형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해군 함정 MRO를 외국 업체에 맡기는 이유는.
▲ 전 세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미 해군은 370척 이상 함정을 운영한다. 매년 130∼150척을 조선소에서 정비해야 하지만, 미국 내 조선소 부족·설비 노후, 생산성 저하로 적기에 정비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미 해군 함정 정비 지연율이 약 75%에 이르며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원은 설비 부족으로 항공모함, 잠수함에 필요한 정비의 3분의 1을 지원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미 해군 7함대는 장거리 이동 후 미국 본토에서 정비받아야 해 전력 공백 우려가 더욱 심각하다.
-- 미국 등 전 세계 함정 MRO 시장 성장 가능성은.
▲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규모만 연간 20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전 세계 해군 함정 MRO 시장이 계속 커지는 추세다. 미 해군 함정 MRO 수행 경험이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전 세계 해군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한화오션이 구상하는 함정 MRO 사업 청사진은.
▲ 우리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부산경남권에 중소 조선소, 정비를 해왔던 업체들이 많고 정비인력도 풍부한 편이다. 이런 것을 잘 조합하면 설비·인력을 늘릴 필요 없이 생산능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한화오션이 인증·설계 등 중심 역할을 하면서 지역 업체들과 협업하면 효율적인 MRO 사업이 가능하다. 한화오션이 수주한 MRO 일감을 지역업체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 미 해군이 한화오션에 MRO 사업을 맡기면서 특별히 강조하는 게 있나.
▲ 함정 정비만이 아니라 부품 조달 시스템까지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한다. 함정은 30∼40년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 기간 생산라인이 유지되지 못해 부품 공급에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 부산경남 지역에 부품·장비업체가 매우 많다. 연구시설·설계인력이 있는 한화오션 등 대기업이 인증을 해주고, 업체들이 부품을 개발·공급하는 설루션을 구축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에서 일본 조선업계는 경쟁자인가. 한국 조선업계 강점은.
▲ 미 해군 7함대 모항, 미 해군이 직접 운영하는 지역 정비센터가 일본에 있다. 지역 정비센터가 기본적으로 7함대 소속 함정을 정비한다. 일부 MRO 하청이 밖으로 나오는데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한 미쓰비시중공업이 MRO를 수행한다. 미 7함대 모항과 지역 정비센터가 있는 점, 미 해군 MRO 사업 참여가 우리보다 빨랐던 점은 일본 조선업계가 유리한 점이다. 그러나 조선 경쟁력은 한국이 앞선다. 인건비는 비슷해도 설계·인력·기자재 등 관리능력은 한국이 더 뛰어나다.
-- 한화오션은 신조 전문 조선소다. 거제사업장에서 신조와 MRO를 병행할 수 있나.
▲ 조선소 입장에서는 설비 가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함정 MRO 기간은 평균 3∼5개월 정도로 신조보다 짧다. 건조 스케줄이 빌 때가 있는데 함정 MRO는 그 빈 곳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 신조와 비교해 함정 MRO 사업 수익성은.
▲ 함정은 일반적으로 30년 이상 수명을 가지고 주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수적이다. MRO 사업은 단일 계약 건으로 신조보다 선가(船價)가 낮지만, 마진율이 높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가능하게 해 준다. MRO가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평가받는 이유다. 철저한 비용분석, 준비가 있으면 높은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
-- 급유함, 군수지원함 등 미 해군 비전투함정 MRO 사업을 따냈다. 전투함정 MRO 수주 가능성은.
▲ 현재 미국 법규로는 해외업체에 미 해군 전투함 정비를 할 수 없다. 자국 내 또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지역 정비센터에서만 전투함을 정비할 수 있다. 외국 조선업체에 정비를 시범적으로 맡기려는 움직임이 있으니 관련 법규가 개정되면 전투함 MRO 시장도 열릴 것으로 판단한다.
-- MRO 사업 경험이 쌓이면 미 해군 함정 신조 건조사업에도 뛰어들 수 있나.
▲ MRO 사업을 통해 적시 인도 능력, 독보적인 기술력, 체계적인 정비 인프라를 미 해군에 입증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미 해군 함정 사업 진출에 MRO 사업 수주, 필리조선소 인수가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이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블루오션이 될 수 있나.
▲ 급부상하는 중국 해군에 맞서 미국도 해군력 증강에 나서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선업이 쇠퇴한 미국은 신조는 물론, 운영 함정 정비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 숙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거나 정비할 조선소 부족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못한다. 앞으로 해외 정비 물량이 지속해 증가할 것이다.
sea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