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대만이 또다시 선발투수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조별리그 첫경기 한국전을 앞두고 끝까지 선발투수를 숨겨 빈축을 사더니 슈퍼라운드 일본전을 앞두고 선발투수를 교체했다. 일본은 반대했지만 벌금을 지불하면서까지 선발투수 린위민을 천보칭으로 바꿨다.
대만은 23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도 도쿄돔에서 펼쳐진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3차전에서 일본에게 6-9로 졌다.
쩡하오루 감독(왼쪽). ⓒ연합뉴스이로써 대만은 슈퍼라운드 전적 1승2패를 기록했다. 미국, 베네수엘라와 동률을 이뤘지만 득실차를 따지는 TBQ에서 미국, 베네수엘라에게 앞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에서 프리미어12에서 전승 중인 일본과 다시 격돌한다.
사실 대만의 결승 진출은 이날 오후 3시19분에 결정됐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일어난 일이다. 대만은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최종전에서 최대한 힘을 아껴야만 했다. 25일 결승전을 치러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만은 건드리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 경기 개시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선발투수를 린위민에서 천보칭으로 교체한 것이다. 일본이 이를 거부했지만 대만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에게 의 벌금을 내고 선발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이는 무례한 행동이다. 우선 천보칭부터 날벼락을 맞았다. 천보칭은 지난 22일 미국전에서 선발 등판해 2이닝을 소화했다. 그런데 하루도 쉬지 않고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너무 무리한 일정이었고 결국 0.1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일본도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는 통상적으로 전날 선발투수를 예고한다. 이에 맞춰 각 팀 코칭스태프는 전략을 구상한 뒤 선발 라인업을 짠다. 그런데 경기 개시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상대팀의 반대 속에서도 마음대로 선발투수를 바꾸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대만은 거리낌없이 선발투수를 바꿨다.
린위민. ⓒ연합뉴스돌이켜보면 대만의 무례한 행동은 이번 대회 내내 이어졌다. B조 조별리그 개최국이었던 대만은 영어 통역사 없이 공식 기자회견을 치렀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외국 기자들이 질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심지어 쩡하오루 대만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발투수를 밝히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음날 선발투수를 밝히는 것이 관례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행동이었다. 특히 오후 6시 기자회견 다음에 오후 8시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선발투수를 공식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만 야구대표팀은 고작 1,2시간 더 선발투수를 숨기기 위해 애를 썼다.
이처럼 선발투수를 감추고 바꾸는 것은 린위민을 최대한 잘 활용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린위민은 대만 대표팀의 에이스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3승6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낙차 큰 커브를 보유 중이다.
린위민은 특히 이미 수차례 한국전에서 호투를 펼치며 국제대회 경쟁력을 입증했다. 대만으로서는 에이스의 등판을 최대한 감추거나 결승전에 활용하기 위해 무례한 행동을 감수한 것이다.
타이베이에서 선발투수를 감췄던 대만. 도쿄에서는 선발투수를 교체하는 충격적인 행동을 했다. 프리미어12 우승을 향한 절실한 몸부림이었지만 이는 명백한 꼼수이자 무례한 행동이다. ‘비매너’를 숱하게 보여준 대만이 결승전에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린위민. ⓒ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