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작가 수필 '미안해 널 미워해'…하라다 히카 '헌책 식당'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표범 =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 지음. 이현경 옮김
19세기 중반 수많은 공국으로 분열돼 있던 이탈리아가 통일되는 과정에서 힘을 잃고 몰락하는 시칠리아 귀족 살리나 가문 이야기를 다룬 역사소설이다.
살리나 가문의 수장인 돈 파브리초는 자신이 아끼는 조카 탄크레디가 이탈리아 통일을 추진하는 주세페 가리발디의 혁명군에 합류하는 것을 지켜보며 귀족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을 예감한다.
얼마 뒤 가리발디의 군대가 시칠리아를 점령하고, 전장에서 귀환한 탄크레디는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드러낸다. 탄크레디는 과거 돈 파브리초의 딸과 약혼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이였지만, 전쟁이 끝나자 새로이 떠오르는 부르주아 계급의 안젤리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돈 파브리초는 탄크레디에게 자기 딸과 결혼하라고 강요하는 대신 부르주아 여성과 결혼할 수 있도록 자유를 준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맞서지 않고 그저 냉소하며 최후를 맞이한다.
"우리는 표범, 사자였다. 우리를 대신할 사람들은 자칼, 하이에나가 될 것이다."
실제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귀족 출신인 작가는 자신의 증조부를 돈 파브리초의 모델로 삼아 소설을 집필했으나 생전에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절당한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58년 발간된 소설(원제 'Il Gattopardo')은 이탈리아에서 큰 인기를 얻어 '국민 소설'의 반열에 오른다. 1963년 개봉한 같은 제목의 영화는 제16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민음사. 376쪽.
▲ 미안해 널 미워해 = 서이레 지음.
웹툰 '정년이'의 이야기를 쓴 서이레 작가의 산문집이다. 웹툰 스토리 작가가 된 과정과 집필 뒷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작가는 2015년 두 여성 주인공의 창업 이야기를 그린 '보에'로 데뷔했고, 이후로도 '소녀행'과 '라나', '정년이'에 이르기까지 뚝심 있게 여자 주인공을 앞세운 작품을 써 왔다.
그는 "어느 순간 글쓰기로 사랑받고 싶다는 달콤한 바람이 사라졌다"며 "그보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털어놓는다. 이어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사회를 닮는다"며 "그 중에는 사회에서 숨기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필연적으로 균열을 내는 사람이다. 자꾸만 '왜?'를 묻고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마음산책. 248쪽.
▲ 헌책 식당 =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낮술', '우선 이것부터 먹고', '도서관의 야식' 등의 소설에서 음식과 관련된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낸 하라다 히카의 장편이다.
평생 지방 작은 도시에서 살아온 요양보호사 다카시마 산고가 갑자기 죽은 둘째 오빠 다카시마 지로의 작은 헌책방을 이어받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도쿄의 헌책방거리 진보초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글 쓸 의욕을 잃은 소설가 지망생, 많은 요리책을 보고도 실력이 늘지 않아 고민인 주부, 실직한 뒤 막막한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는 중년 남성까지.
작가가 모든 작품에서 선보였던 음식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이에 대한 인물의 감정 표현은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한다.
"입에 닿는 느낌이 순하고 부드러워 마치 비프스튜를 먹는 것도 같지만 곧 반전이 닥친다. 실은 그 속에 향신료의 매콤함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맛있어! 마음속으로 외쳤다."
문학동네.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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