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뇌 전신운동…성적도 올리고 치매도 예방한다"

연합뉴스 2024-11-24 00:00:24

"스마트폰 볼 때는 뇌가 일 안 해…마사지 받듯 편안한 상태"

일본 뇌 영상연구 전문가가 쓴 신간 '독서의 뇌과학'

책 읽기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스마트폰이 책을 압도하는 시대다. 아이들은 물성이 느껴지는 페이지를 넘기는 대신 엄지손가락으로 스크롤을 올리는 데 훨씬 더 익숙하다. 어른들은 이런 상황을 우려한다. 하지만 그들도 독서 실천에 나서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가운데 약 6명이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어른들이 책이 좋은 걸 알면서도 정작 독서를 실천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독서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뇌 영상연구 전문가인 가와시마 류타 도호쿠대 가레이의학연구소 교수는 독서가 뇌의 피로를 상당히 자극하는 운동이고, 뇌는 피로에 취약하다고 말한다. 신간 '독서의 뇌과학'(현대지성)을 통해서다.

인간의 뇌를 형상화한 그래픽

독서의 효험이 크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을 통해 익히 알려졌고, 저자도 그런 실험에 동참했다. 저자가 30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소리를 내지 않고 독서 활동을 하면 '사고하는 뇌'라 불리는 '배외 측 전전두엽'이 활성화했다. 또한 후두엽 하현, 배외 측 전전두엽 아랫부분도 반응했다. 즉 "활자를 읽으면 뇌의 거의 전 영역이 활성화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나아가 소리를 내어 책을 읽게 되면 기억력도 향상된다. 뇌의 여러 영역이 활성화되어서다. 음독 훈련을 꾸준히 하면 10년 이상 기억력이 향상됐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음독은 치매 증상이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기능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소리 내어 책을 읽는 행위는 뇌가 전신운동을 하게 만들며 노화를 경험하고 있는 성인이라도 음독을 통해 뇌의 기능, 최소한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모의고사 보는 호주 초등학생들

성적도 올라간다. 2016년 일본 센다이시가 초등 5학년부터 중등 3학년 학생 4만1천223명을 대상으로 생활학습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독서를 1시간 이상 하고, 가정학습을 30분 미만으로 한 참가자들은 대부분 시험에서 평균점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독서는 하지 않고, 가정 학습만 2시간 이상 진행한 학생들 가운데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둔 이는 일부에 불과했다. 연구 결론은 "독서를 습관화한 아이들의 뇌는 언어능력을 주로 담당하는 좌반구의 백질 발달을 촉진하고,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었다.

독서의 이득은 뇌가 자라는 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중장년 이상의 나이 든 사람들에게도 좋다. 독서가 사고의 경직성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완고한 성격이 되기 쉬운데 이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약해져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또 주변 분위기를 살피거나 인내하는 힘이 떨어져 쉽게 화를 내기도 한다. 새로운 지식 습득이 어려워지는 것도 전전두엽의 사고기능이 저하해서다. 저자는 독서가 전전두엽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나이 듦에서 오는 사고의 경직성을 막아준다고 설명한다.

독서의 이점은 이처럼 크지만, 오랫동안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피로에 취약한 뇌가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반면, 독서의 대체제로 떠오른 스마트폰은 오랫동안 사용해도 에너지 소모가 거의 없어 뇌가 지치지 않는다. 저자는 "스마트폰 화면에 빠져들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응시하게 된다"며 그때 뇌 상태는 "마치 마사지를 받는 것처럼 편안한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뇌가 일하지 않는 상태란 얘기다.

저자는 "뇌도 몸의 다른 부분과 다르지 않다. 편하다고 해서 자동차만 탄다면 결국에는 운동 부족으로 인해 근력이 떨어지고 건강이 악화한다"며 "마찬가지로 뇌도 편한 것만 추구하다가는 생각하는 힘이 쇠퇴한다. 반대로 활자를 소리 내어 읽고 계산을 반복하는 등 조금이나마 번거로운 일을 하면 뇌가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황미숙 옮김.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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