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硏포럼…"북미가 한국 패싱한다면 한국 시작으로 '핵도미노'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과거 미국과 협상을 통해 결국 적대적 대북정책만 확신하게 됐다며 북미대화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문가 관측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22일 세종연구소가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빌딩에서 개최한 제39차 세종국가포럼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트럼프와 (과거) 협상에 있어 불신을 드러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해도 북미대화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 위원장은 전날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으며 결과에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대북)정책이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는 자신과 정상회담으로 친분을 쌓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후 다양하게 제기되는 북미 정상회담 및 협상 재개 관측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정 센터장은 "그렇다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당선인이 만날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대북제재 완화를 북한에 제시해 수용된다면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통일연구원 오경섭 연구위원은 북한이 경제난과 체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제재해제만은 관철시키려는 노력은 구사할 것"이라며 "제재 해제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협상테이블에 앉으려고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북한이 최근 처음으로 공개한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전략 미사일 기지 등 시설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제재 해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북미가 협상테이블에 앉더라도 타협안이 도출되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대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직접적 이해 당사국인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아마 트럼프가 아주 확실한 뭔가 매력 있는걸 주지 않는 한 김정은이 (트럼프의 북미대화) 초대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미국이 김정은과 직접 거래한다면 한국과 긴밀한 협의 아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리아 패싱이 일어난다면 한국의 핵무장을 시작으로 '핵 도미노'의 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며 "미국에 한국과 협상해주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t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