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군 일대 반대 현수막 가득…납북자 단체 "전단 살포 방침"
(강원 고성=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왜 하필 여기에서 날리는지…"
22일 오전 강원 고성군 거진읍과 현내면 일대에는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가득했다.
이곳은 앞서 납북자가족모임과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납북자·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 살포를 예고한 장소다.
이들 단체는 애초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에서 대북 전단을 날리려 했지만, 인근 주민과 지자체의 강경 반대로 잠정 연기했다.
이후 지난 14일 강원 고성군에서 이른 시일 내 살포를 예고했다.
금강산콘도 인근에 걸린 현수막을 유심히 살펴보던 한 주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김모(76) 씨는 "가뜩이나 남북 관계도 안 좋은데 왜 날리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대북 전단을 살포한다면 온 동네 주민이 나와 막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접경 지역 특성상 대북 전단 살포 강행 시 생계에 끼칠 영향을 우려했다.
거진읍에 만난 어민 임모(84) 씨는 "동해안 최북단 저도어장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은 요새 하루하루가 불안하다"며 "대북 전단 살포를 재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21일 현내면사무소에서 현내면 번영회, 이장단협의회, 주민자치회 등 지역사회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비상 대책 회의까지 개최했다.
이날 회의를 통해 이들은 가칭 '대북 전단 살포 방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대북 전단 살포 시 지역 주민들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다만 아직 구성 단계로 공식 출범하지는 않았다.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 김영희 현내면 번영회장은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담긴 현수막을 곳곳에 걸고 있다"며 "지역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동 방안과 비상 연락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고성군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군은 지난 20일부터 거진읍과 현내면 전역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위험 구역으로 설정, 해당 지역에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 출입 등을 금지했다.
또 이러한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통일전망대와 금강산콘도 인근에 게시했다.
강원도는 이들 단체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살포 강행 시 현장에서 제지할 방침이다.
납북자·탈북민 단체 측은 이날도 대북 전단을 살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지자체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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