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제 반대파 "실제 비용은 몇배일 것…혈세 낭비" 비판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지난해 5월 치러진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 7천200만파운드(약 1천267억원)의 세금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BBC 방송과 더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정부 연례 재정보고서를 인용해 문화미디어스포츠부에서 5천30만파운드, 내무부에서 2천170만파운드를 각각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2년 9월 찰스 3세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비용 1억6천200만파운드(약 2천853억원)의 44% 수준이다.
2022년 5월 6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진 대관식에는 전 세계 정상급 하객들이 참석했고 윈저성에서는 스타들이 즐비한 콘서트가 열렸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금액에는 문화부와 내무부 외에 다른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치른 행사 비용은 포함되지 않아 정부가 쓴 실제 지출은 이보다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찰스 3세의 대관식 자체의 규모는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보다 작아진 것이다. 찰스 3세의 대관식엔 2천300명, 여왕 대관식엔 8천여 명이 초청됐다.
여왕 대관식에 들어간 비용은 156만파운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4천600만파운드(810억원)다. 다만, 당시 영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관식 비용의 비율은 여왕의 대관식이 찰스 3세 대관식보다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대변인은 "대관식은 영국 전역뿐 아니라 영연방 수백만명을 한 데 모으는 국가적 행사였으며 한 세대 만의 최대 규모로 전 세계 지도자들을 모은 중대한 외교 행사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주제 반대파는 혈세를 낭비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군주제 폐지운동 단체인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는 가디언에 국방부, 런던 교통당국, 소방당국, 지방자치단체 비용을 더하면 실제 대관식 비용은 총 1억∼2억5천만파운드(1천760억∼4천400억원)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미스 대표는 "헌법이나 법에는 대관식을 해야 한다는 의무가 규정돼 있지 않다. 또한, 필수 공공 서비스 지출 삭감에 직면하고 있는 때에 한 사람의 행진에 이런 엄청난 금액을 썼다"며 "완전히 불필요한 사치이고 돈 낭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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