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 후 폐기된 양곡법…與 "혈세 낭비 입법" 野 "쌀값 안정"
안건조정위 꾸렸지만 野 주도 통과…밤 11시 40분 전체회의서 의결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21일 심야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의결에 불참한 여당은 22일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앞서 농해수위는 전날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등 네 건의 법안을 심사했다.
이 중 양곡법은 쌀값이 기준 가격에서 폭락 또는 폭등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 관리 양곡을 판매하는 등 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앞서 민주당은 21대 국회에도 이 법안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3월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에 가로막혀 폐기된 바 있으며, 올해 4월 '2차 양곡법'을 다시 발의했으나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며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바 있다.
전날 농해수위 전체 회의에서도 양곡법에 대한 의견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고 이에 농해수위는 6명(여당 2명, 야당 4명)으로 구성된 안건조정위를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야당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안건조정위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켰고, 결국 야당 주도 속에 민주당 소속인 어기구 농해수위 위원장은 오후 11시 40분 전체회의를 열어 양곡법 등 4건을 모두 의결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농해수위 위원들은 22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안건조정위원회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했다"며 "민주당의 독단적인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양곡법은 재탕·삼탕 법안으로 쌀 공급 과잉 유발, 국민 혈세 부담 증가 등 심각한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혈세 낭비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도 성명을 통해 "쌀값 폭락, 이상기후에 따른 농업재해, 농산물 가격 불안정에 따른 농가경영의 어려움을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법을 통과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쌀값 20만원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쌀값 안정화 입법을 더 늦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곡법과 함께 통과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 개정안은 농산물의 가격 유지를 위해 생산의 목표 및 시행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해수위는 또 농어업 재해대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농어업 재해보험 대상에 병충해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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