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요구없이 사실상 종용…최근 30년간 12번째 '자진 낙마' 장관 후보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성 비위' 논란에 휩싸인 맷 게이츠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사실상 종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CNN 방송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오늘 오전 게이츠에게 전화를 걸어 '상원에서 인준을 받을 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해당 통화에 대해 직접 알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인준 표 부족' 주장은 본인이 상원의원들과 나눈 대화를 근거로 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게이츠 후보자가 공화당 상원 내부에서조차 인준이 어려울 수 있다는 여론이 팽배해지자, 직접 상원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당부한 바 있다.
이 소식통은 CNN에 트럼프 당선인이 게이츠에게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았으며, 게이츠 스스로 그 결론(사퇴)을 내리도록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게이츠 후보자는 이날 낮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 인준이 트럼프/밴스 정권 인수의 중요한 과업에 불공평하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며 "정치권의 실랑이를 오래 끌면서 불필요하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나는 법무장관 고려 대상에서 내 이름을 철회하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게이츠의 사퇴 발표 직후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그는 매우 잘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는 매우 존중하는 행정부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사퇴 의사를 수용했다.
결국 트럼프 당선인은 게이츠에 대한 상원 인준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임면권자가 직접 지명을 철회하는 대신 '자진 사퇴' 방식으로 후보자의 명예를 지켜주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CNN은 아울러 게이츠가 최근 30년간 내각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자진 사퇴한 12번째 인사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앞서 빌 클린턴(1993∼2001년)과 조지 W. 부시(2001∼2009년)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는 각 2명이 자진 사퇴했고, 버락 오바마(2009∼2017년) 전 대통령 때는 3명이 스스로 물러났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1기(2017∼2021년) 때는 4명이 자진 낙마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때는 자진 사퇴한 장관 후보자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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