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이후 중요한 정책의 기획·결정·이행에 관여하는 직업공무원들을 '스케줄 F'라는 새로운 직렬(職列)로 설정해 정무직 공무원처럼 대통령이 해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 것이다.(조병제 『트럼프의 귀환』) 이는 제1기 행정부에서 자신의 정책에 저항하고 반대했다고 생각하는 딥 스테이트(Deep State·기득권 관료집단)에 대한 숙청을 위한 포석이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020년 10월 직업공무원에 대한 대통령 또는 백악관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스케줄 F 직렬을 신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이 직렬에 포함할 행정부 전 부처의 직위 목록을 작성하도록 인사관리처(OPM)에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스케줄 F 직렬 이행을 보지 못한 채 백악관을 떠났고, 이 행정명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폐기 처분됐다.
트럼프의 복수 대상은 우선 법무부와 수사당국이 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2021년 1월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이후 그가 형사 기소된 사건 수사를 맡은 고위 인사들과 직원들이 '살생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간부 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까지 동요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돼 트럼프의 기밀문서 반출사건, 1·6선거 불복 사건을 맡은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제거 1순위'다.
응징에 나설 전사(戰士)들의 진용도 이미 갖췄다. 수지 와일드 백악관 비서실장이 컨트롤타워를 맡고, 맷 게이츠 법무부 장관 지명자가 작전을 진두지휘할 것이다. 특히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발탁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연방정부 축소와 백악관 권력집중에 활용될 보검이다. 400개가 넘는 연방기관을 99개 수준으로 줄이고, 연방정부 직원을 절반 이상 해고해도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66년 문화혁명 당시 "사람 사는 세상에는 옳고 그른 것은 애초부터 없었다. 명분이나 핑계도 그게 그거다. 무슨 싸움이건 같은 편이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트럼프의 복수혈전은 기득권을 해체한다는 명분 아래 충성파 인사들을 요직에 배치해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일 뿐이다. 우리 정치도 다를 바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폐청산'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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