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오케스트라의 대등한 연주…강렬함 돋보인 '브람스 교향곡'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맞물려서 연주하는 곡입니다. 테니스 경기를 예로 들면 서로 공을 주고받아야 하는 작품이죠."
거장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말처럼 지난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 오른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등하게 쌓아가는 음들이 인상적인 곡이었다.
1881년 작곡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브람스 작품 중 가장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작품으로 꼽힌다.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이끄는 사이먼 래틀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무대에서 힘찬 악수를 하는 모습은 큰 스케일의 곡을 함께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호른의 부드러운 소리가 1악장의 막을 올리자 피아노가 음을 얹으며 본격적인 협연이 시작됐다. 이후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서로 랠리하듯 음을 주고받으며 연주가 진행됐다.
오케스트라가 피아노를, 피아노가 오케스트라를 지켜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지휘자 래틀이 조성진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은 협연이라는 성격을 잘 드러냈다. 조성진의 힘찬 타건도 돋보였다.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잔잔하게 펼쳐지던 곡은 4악장에 이르러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같은 테마를 주고받으며 절정에 달했다. 이윽고 합주로 곡이 마무리되자 관객들의 힘찬 박수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조성진은 앙코르로 슈만의 '숲의 정경 3번: 고독한 꽃'을 들려주며 관객의 호응에 화답했다.
이어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브람스 교향곡 2번'이 무대에 올랐다.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은 전원적인 분위기의 곡으로 꼽힌다.
관현악의 다양한 음색이 때로는 먹구름을, 때로는 밝음을 묘사했다. 특히 여리게 진행되는 것 같던 곡이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맹렬하게 바뀌는 부분은 귀와 눈 모두를 사로잡았다. 거장 래틀은 몸짓과 표정 등 온몸으로 곡의 변화무쌍함을 지휘했다.
브람스 교향곡 2번이 끝나고 난 뒤에는 래틀의 유머와 재치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커튼콜 때 지휘단으로 다가가는 래틀의 모습에 관객들이 앙코르를 위해 박수를 멈추자, 아직 때가 아니라는 듯한 수신호로 관객의 박수를 유도했다. 앙코르를 시작할 때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으로 관객들마저 진두지휘했다.
교향악단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3번을 앙코르곡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단원들이 서로 포옹을 나누는 것으로 공연의 끝을 알렸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조성진은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베베른 오케스트라를 위한 6개의 소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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