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농구계의 백전노장’ 안준호 감독도 적응하기 쉽지 않은 이색 기자회견 방식이 농구 대표팀 경기 이후 펼쳐졌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임한 안준호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21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3차전 인도네시아와 홈경기서 86-78로 이겼다.
한국은 이 승리로 2승1패(승점 6)를 기록하며 3승(승점 9)의 호주 뒤를 이어 A조 2위를 유지했다. 다만 개인 최고 득점이 변준형, 유기상의 13점이고, 에이스 이현중이 3점슛 11개를 던져 1개 성공에 그치는 등 고전하며 인도네시아를 힘들게 꺾은 것은 아쉬웠다.
아시아컵 예선은 4개국씩 6개조로 나뉘어 열린다. 총 6경기를 치른 후 확정된 각 조 1, 2위와 3위 6개국 중 4개국이 본선 진출권을 가져간다. 총 16개국이 2025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아시아컵 본선에서 경쟁한다. FIBA 랭킹 53위인 한국은 호주(7위), 인도네시아(77위), 태국(88위)과 함께 예선 A조에 속했다. 한국은 21일 인도네시아, 24일 호주와 연달아 홈경기를 치르며 연승과 순위 상승을 목표로 한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임한 안준호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이 실력보다 앞섰다. 막바지에 선수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하나가 돼 역전승을 거뒀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초반부터 분위기가 넘어간 경기는 정말 어렵다”고 입을 열었다.
안 감독은 이어 “신장에서 평균적으로 한국에 우위일 호주와의 대결에서는 높이 싸움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팀 내 신장 3위인 이현중도 슈터지만 제공권 싸움에 가담할 수 있다”며 “사실 높이 싸움에 강점을 갖고 있는 귀화 선수가 시급하다. 타 국가 대표팀들은 귀화 선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에게도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 감독은 이후에도 취재진들과 원활한 소통을 이어가며 이날 경기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다만 그의 소통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이날 국가대표 경기 기자회견에 있었다.
농구 국가대표 경기를 주관하는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따르면 국제농구연맹 공식 유튜브에 올라갈 기자회견 영상을 위해 ‘취재진의 한국어 질문-영어 통역-감독의 한국어 답변-영어 통역’ 순서로 초반 질문이 진행돼야 했다. 인터뷰 참석자와 취재진 모두 한국인이었지만 영상을 볼 전 세계 농구 팬들에게 영어로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
물론 안 감독도 이를 인지하고 기자회견에 임했다. 하지만 그가 오래 몸 담았던 프로농구에서는 중간 통역 과정 없이 질문에 바로 답을 하기에, 국가대표팀 기자회견 방식이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중간 통역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잠시 잊은 안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곧바로 논리정연한 답을 전하다가 통역 순서가 있음을 깨닫고, 급히 마이크를 내려놓은 후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다.
안준호 감독이 누구인가. 1980년대부터 농구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05~2006시즌 프로농구에서 서울 삼성을 왕좌에 올리고, 이제는 대표팀 감독까지 역임하고 있는 명장이자 백전노장. 쌓인 경력만큼이나 능수능란한 인터뷰 능력을 보유한 안 감독조차도 국제농구연맹의 특이한 기자회견 방식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연합뉴스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도 당황하게 만든 이색 기자회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