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대은행 LTV 담합' 재심사…"새로운 주장들 추가 확인"

데일리한국 2024-11-21 19:29:04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국내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결과 발표 시기가 예정보다 미뤄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는 '4개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 관해 지난 20일 재심사 명령을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공정위는 "심사관과 `피심인들 주장과 관련한 사실관계 추가 확인을 위한 것"이라며 "심사관은 추가 사실을 확인한 후 가능한 신속하게 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 역할을 하는 공정위 사무처(심사관)는 4대 은행이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한 뒤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며 시장 경쟁을 제한해 부당 이득을 얻고 금융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로, 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담보대출 거래 조건을 짬짜미해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반면 은행들은 단순 정보교환일 뿐 담합이 아니며, 은행의 부당 이익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정보 공유 후에도 은행별 LTV는 일정 부분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경쟁이 제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판사 역할을 하는 공정위 위원들은 지난 13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전원회의를 열고 이 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양측의 주장을 들었다.

통상 전원회의 후 공정위 위원들은 합의를 통해 제재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제재 결과는 그 다음주 발표된다.

그러나 결과 발표 대신 재심사명령이 내려지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제재 여부 및 수위는 내년 이후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공정위의 이번 재심사 결정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세밀한 부분까지 고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병훈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심의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주장들을 추가로 확인해보자는 차원"이라며 "기존 심사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거나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심사가 아주 이례적이지는 않다"며 "최근 심의가 마무리된 '삼표 부당지원' 사건도 재심사 이후 재상정해 제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4대 은행 제재를 확정하면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제재 사례가 된다.

공정위는 1심 법원 기능을 한다. 통상 행정소송과 달리 공정위 제재는 서울고법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다.

일각에서는 LTV가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금융위원회의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공정위가 제재를 할 경우 부처 간 정책 충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심판관리관은 "원칙적으로 재심사는 제재 판단 유지와 무혐의 처분 양쪽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이뤄진다"며 "절차적으로도 새로운 사건에 준해 추가 조사와 심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