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Y] hy, 해외서 ‘유산균’으로 승부수 건 이유

뷰어스 2024-11-20 21:00:13
hy 대표 제품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사진=hy)

최근 내수 부진에 대한 위기감이 유통가를 휩쓸고 있습니다. 특히 다수 식품 제조사가 3분기 줄줄이 저조한 실적을 거두며 불황 여파에 직격당했죠. 그간 식품산업은 비탄력적인 수요 때문에 경기변동 영향을 적게 받는 산업으로 꼽혔지만, 포화상태가 된 국내 시장에 고물가와 인구 감소 여파까지 견뎌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부진한 식품업체들도 해외에서는 ‘한류’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가 수출 문턱을 크게 낮춰준 덕분인데요. 단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삼양식품의 경우 3분기 내수 부진 여파를 비껴간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기도 했죠. 이 때문에 최근 식품업체들은 해외 진출을 통해 지속 성장 동력을 찾는 모습입니다.

hy도 매출 대부분이 내수 시장에 집중된 기업입니다. ‘야쿠르트’와 ‘윌’ 등으로 대표되는 유산균 발효유가 주력 사업이죠. 하지만 유산균 발효유는 한 사람이 많은 양을 소비하기 힘들다는 특성 때문에 국내 소비인구 감소 여파를 비교적 일찍 마주하게 됐고, 2017년부터 매출 정체 및 영업이익 감소 추세가 지속됐습니다. 2022년부터는 발효유사업 영업이익 1000억원 선마저 무너지며 지난해 연결기준 274억원 적자를 기록했죠.

hy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하며 투자를 지속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습니다. hy는 의료기기 등 신사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확고한 비전은 갖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적을 창출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결국 악화된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선 여느 기업처럼 주력 제품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밖에 없게 됐죠.

■수출에 채워진 여러 겹 족쇄, 기술력으로 해체

중국 '징동닷컴'에 입점해 판매중인 '윌' 대표 이미지. (사진=징동닷컴 캡쳐)

사실 주력 제품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hy에겐 그 당연한 얘기부터가 수출의 첫 문턱이었습니다. 1971년부터 생산된 ‘야쿠르트’는 지금의 hy를 만든 제품이지만, 당시 기술력이 부족했던 국내 여건으로 일본 야쿠르트와 기술제휴를 해야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일본 야쿠르트 기술이 반영된 제품은 수출이 불가능했죠. hy는 80년대부터 유산균 종균배양에 나서는 등 자체 기술 개발에 매진했고, 2001년엔 완전한 hy 자체 제품인 ‘윌’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윌’은 국내 기능성 발효유 시장을 개척한 기념비적인 제품이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누적 매출 6조원을 넘어서는 등 hy 성장을 이끌어 왔죠. 브랜드 연 매출만 약 3300억원으로 약 800억원대인 야쿠르트 매출을 진작 뛰어 넘었습니다. 새로운 대표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지만, 여전히 유산균 발효유라는 제품 특성은 수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었습니다. 발효 정도에 따라 제품 품질이 달라질 수 있어 냉장 온도 유지는 물론 수출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했죠.

선박을 통한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은 제품 가격 경쟁력에서 극복하기 힘든 불이익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냉장 상태 제품을 쌓고 포장하는 데 소요되는 신규 설비 등 비용까지 추가로 지출해야 했죠. 게다가 유제품 특성상 어지간한 국가에는 현지 업체가 시장을 꽉 틀어쥔 상태였습니다. 여느 식품보다 수출을 위한 문턱이 훨씬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hy는 ‘윌’을 무기로 선택했습니다. 더 이상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 더해, hy가 가진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을 포함한 유익균) 기술력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hy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현재 균주만 5000여종 이상을 보유한 국내 최대 프로바이오틱스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독자 장기배양공법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 생존률과 장내 정착률을 높여 제품 기능성을 향상시킨 것은 물론, 장을 넘어 피부나 눈에 미치는 영향 등 새로운 기능성을 발굴하고 있죠.

타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프로바이오틱스 기술력은 곧 해외 시장 진입장벽과 거리에 따른 물리적 장벽을 모두 넘어서는 열쇠가 됐습니다. hy는 기능성을 앞세운 제품 경쟁력으로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현지 협력업체에 균주만 제공하는 위탁생산방식을 통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다는 전략입니다. 완제품 수출에 비해 운송비용 부담은 대폭 낮추면서도, 이른바 ‘짝퉁 제품’이 쉽사리 제품 기능성을 따라할 순 없을 거라는 자신감입니다.

hy는 먼저 가까운 중국 시장을 개척하고 나섰습니다. 거리가 가까운 만큼 항공 수출에 따른 비용부담도 비교적 적고, 한국 문화에 친숙한 소비자가 많다는 장점 때문이죠. 현지 협력업체를 발굴한 태국에선 현지 생산 및 판매 방식을 통해 올해 말 동남아시아 일대로 수출 권역을 넓힌다는 계획입니다. 또 연내 미국 아시아 마켓 체인인 H마트에도 입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윌’이 이른 시일 내에 새로운 대표 ‘K-푸드’로 자리 잡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