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 8인극으로 재구성…14년 만에 무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존이 꿈을 향해 가는 길에서 겪는 희로애락을 같이 느끼면서 가다 보면 모두가 공감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이해준)
"저희 모두가 수잔이나 마이클이자 존이었어요. (작품이) 굉장히 가까이 있다는 게 작품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 양희준)
20일 서울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열린 뮤지컬 '틱틱붐'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꼽은 이 작품의 매력은 공감이었다.
'틱틱붐'은 요절한 극작가 겸 작곡가 조너선 라슨(1960∼1996)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를 꿈꾸던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라슨의 요절로 묻혔던 작품은 친구들의 노력으로 1인극에서 3인극으로 재구성돼 2001년 처음 무대에 올랐다. 2021년 앤드류 가필드가 주연을 맡은 영화 '틱틱붐'으로도 제작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1년 처음 공연됐으며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무대에 올랐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작품을 8인극으로 재구성해 14년 만에 국내에 선보인다.
낮에는 생계를 꾸리고 밤에는 곡을 쓰는 젊은 작곡가 '존' 역할은 배두훈, 장지후, 이해준이 맡는다. 존의 여자친구로는 방민아와 김수아가, 존의 친구인 마이클로는 김대웅과 양희준이 출연한다.
뮤지컬 '틱틱붐'의 조연출로 참여했던 이지영 감독이 연출을, 영화 '데드풀' 번역으로 유명한 번역가 황석희가 대본을 각각 맡았다.
이날 공개된 공연에서 배우들은 꿈과 이를 향해 걸어갈 때 느끼는 불안 등을 청춘의 얼굴로 노래했다.
넘버 '30/90'에서 존은 30살 생일을 앞두고 "거지 같은 서른"이라며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한다. '선데이'(Sunday)에서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야만 하는 고충을 토로한다.
존과 수잔은 말꼬리를 붙잡으며 다투기도 하고 등장인물은 '진짜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방황하기도 한다. 청춘을 경험한 관객이라면 쉽게 공감할 만한 장면들이다.
작품을 8인극으로 재구성하면서 5명의 앙상블이 추가되고 무대 규모는 더 커졌다.
이지영 연출은 "앙상블이 장면과 음악을 좀 더 풍부하게 채워줬다"며 "앙상블에 맞게 화려하고 풍부한 음악을 새로 편곡했고 거기에 더해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글짐' 같은 모양의 구조물은 무대의 입체성을 더하고 노래 분위기에 맞춰 배우 뒤에 나오는 화면도 몰입감을 높인다.
'틱틱붐'은 자전적 이야기인 만큼, 존이 중심이 돼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는 110분간 이어지는 공연에 쉬지 않고 등장한다.
존의 내밀한 감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그의 독백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등 관객과 존의 거리가 멀어지지 않도록 장치를 활용한다.
이지영 연출은 "천재 작곡가가 힘들게 노력하고 인내해 결국 꿈을 이뤘다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두려움을 가지는 게 괜찮고 이미 잘하고 있다, 괜찮다'라고 자신을 다독이는 느낌이어서 어린 세대들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encounter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