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한국 현대 도자 공예' 특별전
1950년대 이후 도자 공예 흐름 조명…'이건희 컬렉션' 도화 12점 첫 공개
(과천=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955년 10월 국립박물관 부설 연구소로 문을 연 한국조형문화연구소는 서울 성북구 간송미술관 부지에 '성북동 가마'를 세웠다.
당시 만든 백자에는 푸른 빛의 '북단산장'(北壇山莊) 글자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1962년까지 운영된 가마에서는 조선백자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연구소는 전통 도자 기술을 보유했던 도공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조선백자를 중점적으로 제작했다. 한국 도자 공예의 맥을 잇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그보다 20여 년이 지난 1970∼1980년대에는 도자기 위의 그림, 이른바 도화(陶畵)가 인기를 끌었다.
과거 도화서 화원들이 왕실 도자기를 제작하는 분원에 파견돼 그림을 그렸듯이 장우성(1912∼2005), 김기창(1913∼2001) 등 유명 화가들도 백자를 화폭으로 삼아 붓을 움직였다.
흙을 빚어 모양을 빚고 장식하는 도자 공예의 면면이다.
해방 이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약 70년간 한국의 도자 공예가 거쳐온 변화와 시대적 흐름을 조명하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다.
전통 도자, 도화, 도자 조형물 등 200여 점으로 풀어낸 '한국 현대 도자공예' 전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1994년 과천관에서 열린 '한국 현대 도예 30년' 이후 30년 만에 한국 도자 공예를 개괄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1950년대 도자 공예의 '출발'을 비추며 시작된다.
한국조형문화연구소에서 만든 백자 청화 '북단산장' 재떨이, 조각가 윤효중(1917∼1967)이 세운 한국미술품연구소의 '대방동 가마'와 청자상감인물문 화병 등이 공개된다.
조선백자, 고려청자 등 한국 도자 공예의 맥을 이으려는 시도다.
전시를 기획한 윤소림 학예연구사는 "성북동 가마와 대방동 가마에서 만든 작품은 현재 남아 있는 게 많지 않지만, 현대 도자 공예의 방향성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로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 이후 도자 공예가 겪는 변화는 다양한 작품으로 엿볼 수 있다.
한국 도자기 부흥을 이끌었던 지순탁(1912∼1993),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현대적인 도자기를 출품해 수상한 김재석(1916∼1987) 등이 소개된다.
백자 위에 푸른 빛의 그림이 돋보이는 도화는 단연 눈에 띈다.
안동오(1919∼1989)가 만든 백자 위에 장우성, 김기창, 서세옥(1929∼2020) 등이 그림을 그려 넣은 작품으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유족이 기증한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도화 시리즈 20점 가운데 12점을 이번에 처음 공개한다.
윤 연구사는 "도화는 초벌한 도자 위에 청화, 철화 등의 안료로 그림을 그렸는데 눈으로 보는 것과 가마에 들어갔다 나온 뒤가 달라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조각적 특성을 강조한 도자 조형도 폭넓게 다룬다.
흙의 본질적인 질감을 강조했던 현대 도예 1세대 정담순(1934∼), 옹기에 기반한 조형 세계를 선보인 김석환(1932∼2012)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공방을 중심으로 활동한 작가들과 새로운 표현 양식도 다각도로 보여준다.
전시는 자본주의, 집단 기억, 소통 등 다양한 주제와 도자를 접목하며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여 온 오늘날 도자 공예를 소개하며 마무리된다.
현대 도자 공예를 큰 흐름으로 엮으면서도 다양한 작품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커다랗고 둥근 백자 항아리 즉, '달항아리'에서 여러 예술적 영감을 얻었던 김환기(1913∼1974)의 그림, 도자 기물이나 파편으로 외벽을 장식한 건물 사진도 볼 수 있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 한국의 현대 도자 공예사 연표를 정리한 점은 특히 눈길을 끈다.
김성희 관장은 "그동안 미비했던 한국 현대 도자사(史)를 정립하고 도자 공예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5월 6일까지 열린다.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