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제주비엔날레 참가작가 '판록 술랍' 팀 대형 목판화 작업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20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절물길펜션 안쪽 끝에 자리잡은 30㎡ 남짓 허름한 건물.
벽면에 가로 90㎝ 세로 180㎝ 크기의 대형 판화 5점이 늘어서 있었다.
판화들에는 해녀, 초가, 한라산과 오름, 폭포, 물허벅을 진 여성, 감귤, 말 등 제주의 상징물들이 새겨져 있었다.
작품 앞에서는 말레이시아 청년예술가팀 '판록 술랍'의 작가 6명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저마다 조각칼을 들고 2개의 목판화를 공동 제작하느라 분주했다.
스마트폰에서는 산울림의 노래 '회상'이 흘러나왔다. 작업하는 동안 늘 산울림의 노래를 듣는다는게 그들의 설명이다.
판록 술랍은 '아파기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이라는 주제로 26일 개막하는 2024 제4회 제주비엔날레에 초청된 팀이다.
이 팀은 지난 2일 제주에 들어와 남원읍 태흥리 어촌계에서 해녀들을 만나고,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해녀박물관과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돌문화공원 등을 다니며 기초 조사를 하고 나서 작품 제작을 시작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3∼4일 정도 걸렸다고 한다.
남은 2개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23일 로열 새틴 천에 프린트해 최종 전시 작품을 얻을 예정이다.
'과거를 경배하고, 현재를 긍휼히 여겨라'라는 제목의 이들 작품은 26일부터 내년 2월 16일까지 제주비엔날레 기간 제주도립미술관에 걸린다.
아디 헬미 작가는 "이번 제주비엔날레의 주제가 '표류'인데 우리가 고향을 떠나 표류하듯 도착한 제주에서 경험하고 목격했던 것들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제주가 '탐라국'이던 시절 '아파기' 왕자 이야기에 상상을 더해 '표류'가 낳은 우연과 필연의 융합을 예술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는 이번 제주비엔날레의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듯했다.
그는 "제주의 샤머니즘이나 다른 많은 전통적인 요소들이 말레이시아와도 많이 연결된 것을 느꼈다"며 "제주의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현대사회를 살고 있지만 항상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기억해야 한다"며 "시골에는 나이 드신 분들만 남고 젊은이들은 도시로 가는 걸 보면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리조 렁 작가는 해녀에 대해 "70∼80대의 나이 많은 여성들이 바다에서 작업하는 것을 보고 이건 정말 특별한 공동체라는 생각을 했다"며 "제주를 특별하게 해주는 이런 전통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녀는 매우 특별하고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제4회 제주비엔날레에는 이들 팀 외에도 14개국 예술가 39명(팀)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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