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내에서는 정치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한반도에는 평화를 바랄 것이라며 트럼프 2기를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기회로 삼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병제 전 원장은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내각에서 주목할 인물로 맷 게이츠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꼽으며 법무부와 악연이 깊은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열렬한 신봉자인 게이츠 후보자를 통해 법무부 손보기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조 전 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임기 중 법무부 산하 FBI(연방수사국)의 수사를 받았고, 자신을 향해 제기된 4건의 형사 소송에도 법무부가 연계됐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게이츠 외에 자기 변호팀에 있던 변호사 두 명을 각각 법무부 차관과 수석 차관보로 지명했는데 이들이 법무부를 손보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 인사들에게 어떠한 정치적 보복을 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2기 한반도 정책 현안으로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주한미군 감축·대북 관계를 꼽으며 "트럼프의 관심사는 한국에서 돈을 더 받아내는 데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조 전 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왔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가 진전되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으로 인한 갈등을 빚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한미국 철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조 전 원장은 "주한미군은 우리 국력 신장에 따라 그동안 지속해서 줄여오는 과정에 있었다"며 "현재 있는 2만8천500명과 전혀 없는 '제로(0)' 사이에는 일부 철수, 순환성 주둔 중지 등 여러 조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합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은 한미 양국이 능력과 필요를 비교해가면서 협의해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며 "흑과 백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2기 미국의 영향력 감소 등으로 인해 한국 자체 핵무장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국민 여론에 불을 지필 일은 아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조 전 원장은 "트럼프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미국의 핵우산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핵무장을 할 경우 어떤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토의가 충분히 이뤄진 것 같지 않다"며 "핵무장이 정말 필요하다면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극복해나갈 각오가 돼 있느냐를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우리가 그런 상황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기획·구성: 고현실
촬영: 오세민
편집: 이금주
영상: 연합뉴스TV·로이터·AFP·미 국방부 영상정보배포시스템·육군훈련소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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