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20다산콜 주최 콘퍼런스…15년간 1천여건 민원 제기 사례도
10개 지자체 콜센터협의체 출범…상담직원 보호 제도개선 방안 모색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전체 취업자 10명 중 4명인 감정노동자들의 노동권익 보호와 인식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장이 마련됐다.
서울시 120다산콜재단은 20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감정노동 종사자와 전문가, 관계기관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4 감정노동자 보호 콘퍼런스'를 열었다.
서강숙 120다산콜재단 민원관리부장의 주제 발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20년∼올해 10월) 120다산콜에 접수된 악·강성 민원은 8만368건으로 연평균 1만6천건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이었던 2021년(2만2천780건)과 2022년(2만4천295건)에 급격히 증가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무려 15년 동안 주택 내 모기물림 등 부당한 민원을 비롯해 문자 성희롱, 욕설 등 1천147건의 민원을 접수한 시민이 있었다. 1시간 40분가량 전화를 끊지 않고 불법주정차 민원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재단은 성희롱과 폭언 등에 대해선 법적조치를 했다. 5년간 이뤄진 법적조치는 35건으로 진행 중인 사건(8건)을 제외하고 대부분(24건) 유죄로 인정됐다.
이어진 발표에서 조덕현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원심의관은 공공기관에 접수된 특이민원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됐다.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 등 309개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 가장 빈발한 특이민원은 상습·반복 제기를 통한 담당자 괴롭힘(48%)이었다.
또 폭언·폭행(40%), 신상 공격을 위한 일명 좌표 찍기(6%) 등이 뒤를 이었다.
조 심의관은 "특이민원은 민원 담당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는 물론 민원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해 기관 차원의 특별한 관리·대응이 필요하다"며 "법적 검토가 필요한 위법민원(폭언·폭력·스토킹·신상공개형)과 행정절차에 따라 종결처리 하는 부당민원(부당요구형·시간지연형·반복형)으로 세분화해 대응 방안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노동자 보호 대책과 관련해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우성)는 "성적수치심과 혐오감을 유발하는 발언의 경우 전화·문자는 통신매체로 구분돼 처벌이 가능하나 대면 상담시엔 처벌 조항이 없어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훈 노동일터연구소 대표는 "감정노동자 보호에 적극적인 사업장을 지지하고 취약 사업장은 드러내는 '적극적 감시자'와 노동자 상호 배려와 존중에 앞장서는 '모범적 소비자', 부당한 행위는 시정을 권유하는 '엄격한 고발자', 법 개정·조례 제정 등에 적극 참여하는 '활동적 참여자' 등의 역할을 모두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120다산콜재단을 중심으로 부산·인천·대구·대전·울산·경기도·충남·경남·강원 등 10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광역자치단체 콜센터협의체' 출범식도 열렸다.
협의체는 지역 간 경계를 넘어 유연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악·강성 민원 대책 마련과 콜센터 상담직원을 위한 제도 개선 등에 앞장설 계획이다.
상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신기술 관련 상호 교류, 상담 통계 기준 표준화 마련, 재난·사건·사고·감염병 등 예측 불가능한 긴급 상담 사례 발생 시 대응 체계 마련 등에도 협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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