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유민 기자] 대한민국 힙합의 전설로 불리는 듀스의 멤버이자 솔로 가수로 활동했던 고(故) 김성재가 우리 곁을 떠난 지 29년이 흘렀다.
김성재의 어머니 육미승 씨는 아들의 기일 하루 전날인 19일, 일간스포츠를 통해 여전히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전하며 먹먹한 심정을 밝혔다.
육미승 씨는 "요즘은 (사건을) 그렇게 오래 생각하진 않는다. 벌써 간 지 30년이 다 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참 세월이 빠르다"고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이어 "성재는 자기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갔던 아이였다. 그런데 그의 인생은 의문으로 남은 죽음으로 끝났다"며 "그런 끝맺음이 너무 안타깝고 불쌍하다"고 말했다.
1995년 11월 20일, 김성재는 솔로 데뷔 하루 만에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망 당시 나이는 불과 24세였다. 부검 결과 고인의 팔 등에는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발견됐고, 동물마취제 성분인 졸레틸이 검출됐다. 특히 오른손잡이였던 그가 오른팔에 스스로 주사를 놓기 어렵다는 점에서 타살 의혹이 제기됐고, 당시 여자친구 A씨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A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김성재 사망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육미승 씨는 "성재는 절대 이런 끝맺음을 원하지 않았던 앤데, 어떻게 이런 이상한 일 속에 휘말려 들어갔는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아들을 떠올리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옛날 같으면 눈물부터 났겠지만, 요즘은 그냥 웃으면서 중간중간 찔끔거릴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김성재의 죽음은 단순한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음악적 업적과 독보적인 감각은 여전히 후배 뮤지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듀스는 '나를 돌아봐', '우리는', '여름안에서'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한국 힙합의 새 지평을 열었으며, 고인의 솔로 앨범 *‘말하자면’*은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육미승 씨는 "성재가 떠난 후에도 많은 팬들이 저를 찾아와 주고, 사랑해 준다. 그런 사랑을 받는 삶은 정말 누구도 경험하기 힘든 일"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점은 팬들과 가족 모두에게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김성재 사망 사건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A씨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방송이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2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인을 향한 애정과 추모는 이어지고 있다. 팬들은 그의 음악과 무대를 기억하며 변함없이 애도를 보내고 있으며, 많은 후배 뮤지션들은 그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육미승 씨는 아들의 추모비를 찾을 때마다 "엄마 갈 때까지 잘 있고, 재미있게 잘 지내라"고 말을 건넨다고 한다. 진실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지만, 고인의 음악과 그의 유산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