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현희 기자] 배우 정성일이 ‘전,란’을 통해 섬세한 연기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변신에 성공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 역을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정성일은 이번 ‘전,란’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연기 변신을 선보여 더욱 진한 인상을 남겼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해당 작품에서 정성일은 일본군의 선봉장 겐신 역을 맡았다. 겐신을 연기한 정성일은 해당 캐릭터가 가진 묵직함을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로 표현해 호평을 끌어냈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정성일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이날 정성일은 수줍으면서도 겸손한 태도로 이번 ‘전,란’에 출연한 소감부터 연기에 대한 자신의 진중한 생각을 전했다.
“‘더 글로리’ 이후 처음 나오는 작품인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하고,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전에 영화관에서 전야 시사도 하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전,란’이 넷플릭스에서 2주 연속 글로벌 1위에 등극하게 돼서 기뻐요. 이 순위가 유지되는 이유는 배우들이 가진 힘, 재미있는 영화 스토리, 감독님의 좋은 디렉팅 덕에 탄생한 결과물이라 생각해요.”
‘전,란’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공개 전부터 높은 관심을 끈 바 있다. 이후 ‘전,란’은 개막식 최초 상영 이후 시청자들과 평단의 뜨거운 호평을 얻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것을 처음 참석을 해보니 설레더라고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번에 알게 됐죠. 꿈꾸는 것 같았고, 영광이었어요. 관객들 반응이 어떨지 굉장히 마음 졸였는데 일본어 통역하는 부분에서 관객들이 크게 웃으셔서 너무 놀랐어요. 그 부분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영화 전체에서 환기를 잘 시켜준 부분 같아요. 그리고 보신 분들 다 ‘잘 봤다’고 해주시더라고요. 더할 나위 없이 즐기다 왔어요.”
정성일은 지난 2022년에 첫 개봉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1, 2에서 하도영 역을 맡았다. 글로벌적으로 큰 흥행을 거둔 해당 작품을 통해 정성일은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게 됐다.
“‘더 글로리’가 끝나고 정말 많은 작품 제의가 왔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하도영 같은, 그런 결의 캐릭터 제안이 들어와서 많이 고민했죠. 그래서 비슷하게 갈지 고민했었고, ‘이 인물을 뛰어넘는 캐릭터를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했죠. 그런데 비슷하게 가면 너무 국한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자’고 생각했고, 그렇게 기다리는 와중에 ‘전,란’ 출연 제의가 들어왔죠. 처음에 배우, 제작자분들의 이름을 봤을 때, ‘내가 여기 끼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놓치기에 너무 아까웠고, 하도영이랑 성향이 겹치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좋은 결과를 바라진 않았는데 결과가 좋아서 너무 기쁘고, 좋은 영화에 참여 한 것 같아요.”
정성일은 ‘전,란’에서 왜적의 수장 겐신 역을 맡았다. 그는 작품에서 일본 고어를 사용해 연기를 펼쳤다. 이와 더불어 매섭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연기를 선보여 너무나 매력적인 왜적 수장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일본어 사용이 양날의 검이었어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만 자칫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부분이었죠. 정말 일본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어요. 긴 시간, 일본어 선생님께 히라가나부터 배웠어요. 회화도 배웠는데 대사가 고어다 보니 한 번 더 거쳤죠. 일본어 선생님이 조선 시대에 사용한 고어를 확인해 주셔서 다행이었어요. 6개월 정도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배워두니 현장에서 발생하는 추가 대사들을 잘 준비했어요. 그리고 사무라이는 호흡이 더 밑으로 깔린, 사무라이 특유의 남자 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것을 계속 낮추고, 멀리까지 전달하고자 노력했죠.”
일본어 대사, 묵직한 캐릭터 연기와 더불어 정성일은 극 중 화려한 검술 액션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검술신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전작 영화 ‘쌍화점’에서 익혀 놓은 검술 연습 덕이었다.
“‘쌍화점’에서 건룡 무리 중 하나로 출연했었어요. 그때 20명 되는 친구들과 영화 끝날 때까지 승마, 검술 훈련을 했었죠. 당시에 미사리 액션 스쿨에서 매일 아침 구보를 하고 휘두르기를 하고, 사람이 많을 때 합을 짜고, 매일매일 그렇게 트레이닝 했어요. 계절에 상관없이 공터 같은 곳 가서 유격훈련처럼 했죠. 그때 워낙 열심히 배워놔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도 몸에 익혀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촬영 때 승마 신, 검술 신 촬영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양 검을 쓰다 보니 그 부분이 조금 어려웠죠.”
‘전,란’에서 정성일은 강동원, 박정민과 대적하는 구도를 그린다. 이에 정성일은 강동원과는 리듬감 있으면서도 유쾌한 검술 액션을, 박정민과는 연속적인 배신의 모습과 함께 피 튀기는 강렬한 장면을 선사했다.
이로 인해 세 사람은 역대급 액션 케미스트리를 자랑해 작품의 흥미를 배가시켰다.
“강동원 같은 경우는 처음에 ‘우와 연예인 보러 가는 느낌이다’라고 느꼈는데 같이 촬영하다 보니 너무 좋은 사람이더라고요. 허물없이 친해졌어요. 검술 합을 맞추면서 친해졌고, 이후에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골프도 치고,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거기다가 박정민까지 만나서 셋이 함께 친해지게 됐죠. 한 명, 한 명 너무 잘 어우러졌어요. 감독님도 그렇고 스태프 분들도 그렇고,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 있었어도 분위기가 힘든 것은 없었죠. 서로 잘 도와줬던 것 같아요.”
‘전,란’은 ‘올드보이’, ‘헤어질 결심’ 등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고, '심야의 FM' 연출로 주목을 받은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와 더불어 이들은 국내 최고의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역대급 웰메이드 사극을 탄생시켰다.
“김상만 감독님 처음에 봤을 때는 차주에 밴드 공연이 있다고 보라색 머리로 염색을 하셨더라고요. 정말 다재다능 하시다고 생각했고, 선하다고 느꼈어요. (웃음) 현장에서 모니터 앞에 계실 때는 정말 디테일 하세요. 시각적으로 작은 부분 하나까지 신경 쓰셔서 찍으시고, 다 채워주시고, 연기 디렉션도 잘 요청해 주셨어요. 일본어 선생님께도 물어보시면서 연기 변화에 대해 논의 하셨어요. 본인이 일본어를 하시니 많은 피드백을 받았죠. 진짜 현장에서 화내시는 것도 없었고,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어요. 피디님도 현장 분위기를 너무 편하게 만들어 주셨어요.”
정성일은 향후 자신이 나아갈 연기 방향에 대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기작에 대해 설명함과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년 상반기에 조여정 배우와 작업한 ‘인터뷰’라는 영화와, ‘트리거’가 나올 예정이에요. 그리고 잠깐씩 특별출연처럼 나오는, 지금 촬영 중인 ‘메이드 인 코리아’ 등에서 만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농사 지은 것들 다 수확하고 있어요. 든든한 것보다는 걱정이 앞서요. 잘 될까 싶어요. (웃음) 그런데 또, ‘잘 되겠지’ 하면서 기대가 돼요. 재밌게 찍었고, 결과물로 봤을 때, 충분히 만족하거든요. 차기작들도 다 결이 달라요. 그래서 좀 여러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