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지역 한 달간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야생멧돼지 16마리 발견
양돈농장 유입 차단 위해 매일 울타리 점검, 드론으로 기피제도 살포
(제천=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충북 제천시 백운면에서 돼지 2천300마리를 키우고 있는 손승범(50)씨는 20일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돈사를 덮치게 되면 애지중지 키웠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해야 하니 연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손 씨는 "양돈농가들은 야생멧돼지에 의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을 막기 위해 축사 주변에 겹겹이 울타리를 치고 혹시 파손된 울타리는 없는지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양돈농가들은 대부분 드론을 활용해 멧돼지가 싫어하는 전자기 주파수 패턴을 활용한 기피제를 축사 주변에 살포한다.
이 기피제는 비나 눈이 오더라도 장기간 효과가 지속된다.
금성면에서 돼지 2천마리를 사육 중인 박수남(44)씨도 "돈사에서 돈사로 이동할 때는 반드시 방역복을 챙겨입고, 샤워하고 들어가 매일 소독한다"며 "철저하게 한다고 해도 떠도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유입될지 모를 일이니 하루하루가 초긴장 상태"라고 말했다.
제천의 16개 양돈농가(사육두수 2만6천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하루가 멀다고 이 지역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어서다.
지난 4∼8월은 야생멧돼지 감염 사례 보고가 6건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달 10월 24일(금성면 1건)을 시작으로 27일 3건(청풍면), 31일 1건(봉양읍), 지난 3일 1건(금성면), 4일 2건(금성면), 10일 2건(금성면), 13일 1건(봉양읍), 14일 1건(금성면), 15일 2건(청풍면), 16일 1건(봉양읍), 18일 1건(봉양읍) 등 꼬리를 물고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통상 날씨가 쌀쌀해지는 겨울철은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2019년부터 지금까지 총 3천327건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 사례 중 62.5% 2천78건이 겨울철에 집중됐다.
먹이가 부족해지는 겨울은 야생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번식기여서 다른 개체와 접촉을 늘린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상태에서 광범위하게 먹이활동을 하다 보니 바이러스 전파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제천시 관계자는 "잇단 폐사체 발견은 지역 야산에 이미 바이러스가 퍼져있다는 신호"라며 "기온이 떨어지면서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폐사체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발견 즉시 안전하게 폐기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은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적은 없다.
다만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지역이 경기와 강원 등 접경 지역에서 최근 경북까지 확대됐고, 제천 등을 중심으로 야생멧돼지의 폐사가 끊이지 않자 각 지자체는 방역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충북도는 외부로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양돈농가에 멧돼지 기피제와 배수로 정비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감염 매개체인 야생멧돼지의 개체수 조절을 위해 구제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충북 전체로는 지자체의 의뢰를 받은 전문단체가 8천마리 이상의 야생멧돼지를 포획했다.
도 관계자는 "농장을 출입하는 모든 차량과 사람의 이동을 최소화하도록 지도하고 농가의 방역실태를 점검하는 등 일반 사육 농가로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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