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고액·상습 체납 사례 공개…시 건물 무단점유하고 불법영업도
체납자 절반 이상은 50∼60대…행안부 "체납 경각심 높이려 명단 공개"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1. ○○시에 거주하고 있는 체납자 B씨는 지방세 등 2천700만 원을 4년째 납부하지 않고 있다. 그는 여러 번에 걸친 체납 사실 안내와 납부 독려에 대해 현재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는 체납자 B씨가 2020년 배우자와 공동 소유 중인 부동산을 배우자에게 증여하고 이혼했으며,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고급 차량을 빌린 것을 확인했다. 이에 그의 차량 대여보증금을 추심하고 가택수색을 했다.
#2. □□시는 공원에 시 소유의 건물을 설치하고 시민이 편리하게 매점 등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인 C, D에 건물을 대여했다. 법인 C, D는 사용 허가 만료 시기 전까지 건물을 잘 관리한 뒤 반환해야 했으나, 만료된 후에도 사용료를 내지 않고 건물을 무단으로 점유하며 불법 영업을 지속했다.
이에 □□시는 행정대집행 등 무단 점유에 대한 행정제재 후 체납법인 C, D에 대한 소송을 통해 무단 점유 사용료 및 관리의무 소홀에 대한 사용료 상당액인 22억을 징수했다.
20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지방세 등 '고액·상습 체납자' 사례를 보면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방법은 다양했다.
체납자가 밀린 세금은 안중에도 없이 고급 차를 빌려 타거나 시 소유 건물을 무단으로 점유하며 불법 영업을 하는 행태가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 지방세 또는 지방행정제재·부과금의 체납액이 각각 1천만원 이상, 1년 이상 지속돼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고액·상습 체납자는 1만274명이다.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은 무려 5천173억에 달했다.
이중 지방세를 내지 않은 고액 체납자 9천99명의 체납액은 4천280억원이었다. 체납액 1천만∼3천만원이 5천867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10억원을 초과한 경우도 22명이나 됐다. 이들 체납액은 568억4천만원이었다.
지방세와 지방행정제재·부과금 체납자의 개인(법인 제외) 연령대를 보면 50∼60대가 모두 절반을 넘었다. 80세 이상도 각각 3.8%(242명), 10%(95명)이었다.
올해 최고 체납자는 경기 용인의 김모(47) 씨로 체납액이 106억5천700만원이었다. 기존 체납자를 합한 상위 10위 명단을 보면 1위는 서울의 오모(65) 씨로, 지방소득세 체납액이 151억7천400만원이었다. 김씨는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방행정제재·부과금 최고 체납자는 서울의 유모(49) 씨로, 체납액은 23억2천500만원이었다. 유씨는 기존 체납자들을 포함한 상위 10위 명단에서도 체납액이 가장 많아 맨 윗자리에 올랐다.
행안부는 체납에 대한 경각심과 납세 의식을 일깨우고자 매년 11월 셋째 주 수요일에 전국 자치단체와 동시에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공개해왔다.
각 자치단체에서는 명단 공개를 위해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별하고, 공개 대상자에게 6개월 이상 소명 기간을 부여한다. 이후 지방세심의위원회를 거쳐 공개대상자를 최종적으로 확정한 후 명단을 공개한다.
공개대상자가 소명 기간 중 체납액의 50% 이상을 납부하거나 체납액이 1천만 원 미만인 경우, 이의신청·심판청구 등 불복 청구를 진행 중인 경우에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공개를 통해 체납에 대한 경각심과 납세 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행안부는 자치단체와 협력해 체납 징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