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음악·청춘의 이야기…동화적 연출 속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은 19세기 프랑스 파리 라탱 지구의 크리스마스이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이별, 청춘의 고통과 낭만을 담은 작품이다.
해마다 겨울이면 세계 오페라 극장을 장식하는 단골 레퍼토리지만, 서울시오페라단은 올해 창단 39년 만에 처음으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오페라단은 오는 21∼24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어지는 본공연에 앞서 지난 19일 언론에 전막 드레스 리허설을 공개했다.
이날 만난 '라보엠'은 서정적인 음악과 감정이 요동치는 이야기에 동화적이고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무대로 오페라단만의 색을 입었다.
무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하고 오래된 서재의 책들로 형상화했고, 책장이 열리면 그 책에 둘러싸인 또 하나의 무대 안에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 같은 연출은 마치 원작 소설 혹은 작곡가 푸치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안겼다. 동시에 좀 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자칫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옛 유럽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에 관객이 몰입하도록 도왔다.
여기에 여자 주인공 미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서선영, 남자 주인공 로돌포 역의 테너 문세훈, 무제타 역의 소프라노 김유미, 마르첼로 역의 바리톤 이승왕 등 출연진의 서정적인 노래와 하모니가 인물들의 기쁨과 슬픔, 행복과 고통의 감정을 안정적으로 전달했다.
특히 서선영의 절절한 노래는 극의 마지막으로 치달을수록 드러나는 비극적인 분위기를 한층 증폭시켰다.
'라보엠'은 낭만적인 음악과 함께 작품의 시대와 배경을 뛰어넘는 청춘의 이야기로 클래식 애호가는 물론 오페라 입문자들도 부담 없이 접하기 좋은 작품으로 꼽힌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도 적지 않아 중간휴식 20분을 포함해 140분의 공연 시간이 비교적 빠르게 지나간다.
파리의 한 카페 근처 광장에서 인파가 가득한 가운데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2막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유럽의 작은 거리를 옮겨놓은 듯한 따뜻하고 화려한 색감의 무대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형 인형과 군악대가 등장하고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도 더해져 즐거움에 들썩이는 정서를 느낄 수 있다.
3막도 조용히 눈이 내리는 자작나무 숲으로 애잔하지만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어냈다. 주인공들의 갈등과 좌절이 깊어지며 비극적인 분위기가 짙어져 자칫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는 장면이지만 하얀 눈과 눈꽃처럼 떨어지는 불빛으로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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