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행사서 생애 첫 연설 "살면서 가장 떨려"…"혐오와 차별 안타까워"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항상 이겨야만 했고 남들과 비교해서 항상 1등이 돼야 하는 게 프로의 세계다. 당연히 이기는 게 좋은 거고 지는 게 나쁜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실패로부터 성장할 수 있었고 더 잘하게 된 것 같아요."
e스포츠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는 20일 외교부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2024년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본인의 성장기를 담담히 풀어내며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건넸다.
청중 앞 연설은 처음이라 "살면서 제일 떨리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연 페이커는 연설 중간 긴장감에 가슴을 부여잡고 말을 잠시 멈추면서도 진정성을 최대한 전달하고 싶다며 원고 없이 연설에 임했다.
2013년 프로로 데뷔한 이래 11년째 T1의 미드 라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데뷔 첫해에 이어 2015년, 2016년 국제대회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내리 우승했다.
그러다 2023년에 와서야 다시 '왕좌'로 복귀할 수 있었다.
페이커는 우승하지 못한 7년 동안 "많은 실패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실패한다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실패 하나하나 모여 절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실패가 작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게 가장 큰 배움이었던 거 같고 더 큰 동기가 된 거 같다"고 말했다.
또 원고없이 연설에 나선 데 대해서도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건 작은 성공이겠다고 생각해서 도전정신을 많이 배운 거 같다"는 특유의 유머 감각까지 더하며 "청년분들도 (도전) 정신을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페이커는 "제가 가진 열정이 저를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해줬던 거 같고 그 열정은 자신이 진정으로 즐기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승패는 외부 요인에 의해서도 많이 좌우된다며 "내가 항상 간직할 수 있는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됐으면 성공이고 준비 열심히 했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풀어냈다.
특히 배움과 성장에서 '겸손'을 중시한다는 페이커는 "요즘 혐오와 차별을 봤을 때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게 본인 가치관이 시대적으로 항상 옳을 수 없는 건데 어떻게 맞는다고 단언하는지 안타깝다"며 "본인이 가진 게 항상 옳지 않고 정답은 아니라는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한 거 같다"고 일침했다.
아울러 "인생이 짧다고 생각해서 본인이 좋아하는 거 하시고 열정을 갖고 실패 두려워하지 않고 남들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사상 최초로 롤드컵 5회 우승을 기록한 페이커는 국내 리그 LCK도 10회 우승하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우며 국내·국제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계속 새로 쓰고 있다.
선수 생명이 짧은 e스포츠계에서 현역으로 오래 활약하는 실력뿐 아니라 철저한 자기관리와 모범적인 언행, 적극적인 기부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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