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은퇴한 페더러, 생애 마지막 경기 치른 나달에 '헌사'
'빅4' 중 조코비치만 현역…2000년대생 신네르·알카라스로 전면 세대교체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024년은 남자 테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간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에서 끝난 데이비스컵 경기를 끝으로 은퇴하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 넘게 남자 테니스 강자로 군림했던 '빅4' 가운데 3명은 이젠 '은퇴 선수'가 됐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2022년 은퇴했고, 올해는 나달과 앤디 머리(영국)가 나란히 정들었던 코트와 작별했다.
'빅4' 가운데 현역으로 남은 선수는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뿐이다.
1981년생 페더러가 40세를 넘어서까지 장수했고, 1986년생 나달과 1987년생 머리는 30대 후반에 라켓을 내려놨다. 조코비치는 머리와 동갑이다.
이 네 명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이들의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페더러가 처음 메이저 정상에 오른 2003년 윔블던부터 지난해 US오픈까지 총 81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이들 '빅4'가 우승한 사례가 69번이나 된다.
한 해 네 번의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이 네 명이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것은 올해가 2002년 이후 22년 만이었다.
올해는 2001년생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호주오픈과 US오픈, 2003년생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을 양분하며 '세대교체'를 알렸다.
'빅4' 중 유일한 현역이 된 조코비치는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은 조코비치가 24회로 가장 많고, 나달 22회, 페더러 20회 순이다.
이날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보틱 판더잔출프에게 0-2(4-6 4-6)로 패한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만 14번 우승한 '클레이코트의 황제'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단식에서도 금메달을 획득, 앤드리 애거시(미국)에 이어 통산 두 번째로 '커리어 골든 슬램'을 달성했다. 올해 조코비치가 파리 올림픽에서 나달 다음으로 '3호 커리어 골든 슬램' 주인공이 됐다.
현역 시절 강인한 체력과 엄청난 수비 능력을 앞세웠던 나달은 허리와 고관절, 다리 근육 등 부위를 가리지 않는 부상으로 최근 2년간은 많은 대회에 뛰지 못했다.
메이저 대회에는 지난해 호주오픈, 올해는 프랑스오픈에만 출전했다.
현역 시절 나달의 '라이벌'이었던 페더러는 19일 나달에게 바치는 글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페더러는 "내가 당신을 이긴 것보다 당신이 나를 이긴 적이 더 많았다"며 "특히 클레이코트에서는 너무 강한 상대였고, 당신을 이기기 위해 더 노력해야 했다"고 나달을 예우했다.
심지어 "라켓 끝에라도 공이 맞기를 바라는 마음에 라켓 헤드 크기를 더 크게 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페더러와 나달의 현역 시절 맞대결 전적에서 나달이 24승 16패로 우위를 보였다. 메이저 대회 전적 10승 4패, 메이저 결승 역시 6승 3패 등 모두 나달이 앞섰다.
페더러는 "당신이 있어서 나도 테니스를 더 즐길 수 있었다"며 "당신이 있어서 스페인이 자랑스럽고, 테니스계 전체가 자랑스럽다"고 은퇴하는 나달을 치켜세웠다.
특히 페더러는 자신의 은퇴 경기였던 2022년 레이버컵에서 나달과 복식 조를 이뤘다.
"내 마지막 경기에서 당신과 한 조를 이룬 것은 특별한 순간 중 하나"라고 돌아본 페더러는 "그동안 항상 당신을 응원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우정어린 인사를 건넸다.
공교롭게도 페더러와 나달 모두 은퇴 경기는 패배로 끝났다.
나달이 이날 경기에서 졌고, 페더러 역시 나달과 한 조로 나간 2022년 레이버컵에서 프랜시스 티아포-잭 속(이상 미국) 조에 1-2(6-4 6-7<2-7> 9-11)로 패했다.
페더러는 마지막 단식 경기였던 2022년 윔블던 8강에서도 후베르트 후르카치(폴란드)에게 0-3(3-6 4-6 4-6)으로 물러났고, 나달의 마지막 복식 경기 결과는 올해 파리 올림픽 준준결승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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