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없으면 망한다"...면세업계, 고강도 체질 개선에 사활 걸었다

데일리한국 2024-11-20 07:00:00
인천공항 면세점. 사진=연합뉴스 인천공항 면세점.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면세기업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생존을 위한 고강도 체질 개선에 나섰다.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조직개편 등 경영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가 2015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오는 29일까지로 대상은 근속 5년 이상 사원이다. 근속 10년 미만은 기본급의 24개월 치를, 10년 이상은 36개월 치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와 별도로 다음 달 급여에 해당하는 전직 지원금을 준다.

유신열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7~8명은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팬데믹에 이어 중국 경제 둔화와 고환율, 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경영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세계디에프는 지난달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조 개혁 방안을 검토해왔다.

유 대표는 희망퇴직 공지와 함께 "경영 상황이 점점 악화해 우리의 생존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비효율 사업과 조직을 통폐합하는 인적 쇄신은 경영 구조 개선의 시작점이자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부터 비상 경영에 돌입했으며 지난 8월엔 희망퇴직과 함께 직무전환·성과 향상 교육 등을 진행했다.

모든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고 사업 규모에 맞춰 임원 수도 최적화했으며, 기존 3본부 체제를 1본부로 줄이고 3개 부문과 8개 팀을 없애는 등 조직을 슬림화했다.

HDC신라면세점도 지난 8월 나란히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구조조정 후 현재 HDC신라면세점 임직원은 90명 규모로 몸집이 줄다.

사진= 신세계면세점 제공 사진= 신세계면세점 제공

업계의 고강도 체질개선은 여행 소비 트렌드 변화와 달러 강세로 면세 산업 불황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출과는 관계없이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매장 임대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면세업체들은 모두 적자를 냈다. 

롯데면세점은 올 3분기 799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3년 3분기 적자로 전환한 이래 5개 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올 3분기 3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시내점 매출은 8.2% 증가했으나 공항점 등 매출이 5.7% 감소했다. 인천국제공항 매장임차료 부담이 컸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올 3분기 매출 4717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16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현대면세점도 이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9% 감소한 2282억원을 기록했고 8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 트렌드가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전환되면서, 과거 면세점의 주요 고객이었던 단체 쇼핑객들의 발걸음이 크게 줄었다”며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됨에 따라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