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의 한국이 100위의 팔레스타인에게 단 1승도 따내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 조기 진출을 희망했던 한국에게 이 2번의 무승부가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19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6차전 팔레스타인과 중립경기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1차전 홈경기에 이어 피파랭킹 100위 팔레스타인에 연속 무승부.
한국은 이 무승부로 3차예선 4승2무를 기록해 승점 14점의 B조 단독 선두를 유지한 채 2024년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경기를 조율하다 충격적인 실점이 나왔다. 전반 12분 김민재가 후방 왼쪽에서 상대의 압박을 주의하지 않고 조현우 골키퍼에게 백패스했다. 결국 팔레스타인 제이드 쿤바가 태클로 이 공을 빼앗고, 조현우가 나와 비어 있는 한국 골문에 오른발 슈팅을 밀어넣어 팔레스타인의 선제골을 뽑아냈다.
한방을 맞은 한국을 지탱한 존재는 '주장' 손흥민이었다. 전반 16분 상대 페널티 박스 안 왼쪽에서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오른발 낮은 슈팅을 먼 포스트로 밀어넣으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실점 4분 만에 동점을 만들며 기사회생한 한국이었다. 손흥민은 이 이 득점으로 A매치 51골을 기록해 황선홍(50골)을 제치고 한국 국가대표 역대 득점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이후 실점을 안했지만 더 이상 득점도 하지 못하며 아쉬운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홍명보 감독 체제로 월드컵 3차예선을 시작한 한국. B조에서 압도적 '1강'으로 여겨졌지만 9월 A매치 홈경기로 열린 팔레스타인과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것은 큰 충격이었다. FIFA 랭킹 23위의 한국은 96위의 팔레스타인이 펼친 질식 수비를 공략하지 못했고, 오히려 역습에서 실점할 뻔하며 아슬아슬한 무승부를 거뒀다. 그나마 2차전 오만 원정에서 손흥민의 1골2도움 활약으로 3-1 승리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불안함을 해소하기엔 부족했다.
B조에서 나름 강호인 요르단-이라크와의 3,4차전도 쉽지만은 않았다. 요르단전은 2-0으로 이기긴 했지만 전반 38분 이재성의 선제골이 터지기 전까지 상대에게 위협적인 기회를 내주기도 했다. 이라크와는 골 파티 속에 3-2로 홈에서 겨우 이겼다.
5차전 쿠웨이트 원정만은 다를 줄 알았다. 전반 초반부터 오세훈과 손흥민의 연속골로 앞서나간 한국은 후반전에도 안정적으로 쿠웨이트를 억제하는 듯했다. 하지만 순간적인 역습에서 실점하며 배준호의 추가골이 나오기 전까지 내내 초조하게 경기해야 했다.
ⓒ연합뉴스그래도 대표팀은 5차전까지 4승1무로 결과만은 확실히 내고 있었다. 경기 내용 자체는 조금 불안할지라도 4연승을 달렸다. 호주, 사우디, 카타르 등 2022 카타르 월드컵에 함께 출전했던 라이벌들이 3차예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때, 한국은 승점을 확실히 챙기고 있었던 것.
홍명보호는 3,4차전서 요르단-이라크를 모두 꺾은 시점에 한숨을 확실히 돌릴 수 있었다.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3차예선 경기에서 B조 '하위권 트리오'인 쿠웨이트-팔레스타인-오만을 연달아 만나기 때문. 여기에 쿠웨이트까지 잡은 덕에 예선 8차전 안에 '월드컵 본선 진출 조기 확정'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다만 이 역시 이날 한국(승점 14)의 팔레스타인전 무승부, 이라크(승점 11) 승리, 요르단(승점 9) 무승부로 한국과 두 팀의 승점이 각각 3, 5점 차가 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쿠웨이트(승점 4), 팔레스타인(승점 3)이 남은 경기 전승을 하지 않는 다는 전제 하에, 한국이 3월에 오만과 요르단을 모두 꺾는다면, 두 경기를 남기고 한국-요르단, 한국-오만 승점 차가 6점을 초과해 한국의 월드컵 본선 조기 진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이 2패라도 당하면 오히려 이라크-요르단에게 순위 역전을 당해 3위로 떨어질 위험도 있다.
한국이 앞서 요르단과 이라크에 승리를 거뒀다고 해도, 피파랭킹 100위 팔레스타인에게 두 번이나 무승부를 거둔 마당에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기존 32개국 본선 진출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된 2026 북중미 월드컵은 3차예선 3개조에서 각조 2위안에 들면 본선 진출 티켓을 얻게 된다. 3,4위라도 4차예선에 진출해 두 개조에서 각조 1위를 하면 본선 진출이 가능하고 2위팀끼리는 플레이오프를 치러 대륙 플레이오프에 나설 팀을 뽑는다. 3차예선 5,6위는 자동 탈락한다.
ⓒ연합뉴스한국 입장에서는 줄곧 자동 진출권에 있다가 3위로 떨어진다면 심리적으로 큰 압박감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3월에 본선 조기 확정 시 젊은 피들을 시험해 볼 기회로 삼을 수 있었던 6월 이라크 원정은, 순위 역전 또는 촘촘한 승점 유지 시 오히려 외나무다리 싸움으로 바뀔 수 있다.
한국이 이겼다면 순위 싸움에서 훨씬 수월했을 팔레스타인과 두 번의 무승부는 과연 남은 3차예선서 어떻게 작용할까. 중동 팀들의 날카로운 역습을 겪어왔기에, 3월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격에 마냥 박차를 가하기도 애매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