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연광철의 '겨울나그네'…"초연 때보다 표현의 폭 넓어져"

연합뉴스 2024-11-20 00:00:26

이별 맞은 방랑자의 쓸쓸함 노래…내달 4일 마포아트센터서 공연

기자간담회 참석한 연광철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연가곡 '겨울 나그네'는 사랑에 실패한 젊은이가 겨울밤에 길을 떠나 거리의 악사를 만나기까지의 고독하고 쓸쓸한 심경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슈베르트가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들었다.

연광철(59)이 다음 달 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무대에서 '겨울 나그네' 24곡 전곡을 노래한다. '바그너 오페라의 장인'으로 꼽히는 그는 1991년 독일로 간 이후 주로 해외에서 활동해온 세계 정상급 베이스다.

그는 30대인 2001년 독일에서 처음 공연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겨울 나그네'를 공연했다.

연광철은 19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겨울 나그네를) 처음 공연할 때는 '주인공의 나이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한다"며 "24곡을 다 외워서 독일 관객 앞에서 부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두려움이었다"고 떠올렸다.

당시 곡의 시적인 요소를 해석하기보다는 건강하고 힘 있는 소리로 노래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그는 "40대가 되고 무대에 많이 서면서 좀 더 인물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 생활에 묻혀 지내며 그곳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표현의 폭이 넓어졌어요. 오페라를 하며 많은 캐릭터를 연구하고 표현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였죠. 이제는 (주인공) 젊은이를 3자 입장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겨울 나그네' 공연 앞둔 베이스 연광철

'겨울 나그네' 중 개인적으로 21번 곡에 애착이 간다는 그는 작품 속에서 방랑자가 욕심을 가졌다가 결국 무소유가 돼 길을 떠나는 모습에서 노자의 삶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는 "물이 흘러서 수증기가 되고 구름이 되고 비가 돼 순환하듯이 젊은이도 방랑의 일정을 그렇게 시작한 것 같다"며 이런 이유로 무대를 준비하는 데 노자와 장자 사상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다고 털어놨다.

이전보다 규모가 작은 무대에 서는 데 대해선 "베를린에서 처음 '겨울 나그네'를 했을 때도 200석 정도의 작은 무대였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기회를 갖고 싶었는데 마포아트센터에서 제의를 해줘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마포가) 마포아트센터를 중심으로 얼마든지 음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광철은 다음 달 프랑스 파리로 출국한 뒤 내년 4월 독일 함부르크, 가을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객석에서 보면 '키 작은 동양인이 뭘 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각적으로 표시가 많이 난다"면서도 "그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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