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미국본사, 한국서 1천500억원 수익…기부는 12억원
루이비통은 2년간 기부 '0원'…ESG 힘주는 업계 추세 거슬러
배민의 우아한형제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4천억원대 배당
에르메스·디올도 1천억∼2천억원대 배당받고 한국사회 기여는 인색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외국계 유통·명품업체가 한국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면서도 사회 기여를 비롯한 상생 활동은 외면한다는 지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
19일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의 한국법인인 코스트코코리아가 공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번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영업이익이 2천186억원으로 지난 회계연도(1천887억원)보다 15.8% 증가했다.
해당 기간 매출은 6조678억원에서 6조5천301억원으로 7.6%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천417억원에서 2천240억원으로 58.1% 급증했다.
매출 기준으로 할인점 업계 2위인 홈플러스(2023년 회계연도 6조9천315억원)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고물가 속에 대용량 묶음 상품을 저가에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 장점이 부각된 덕으로 풀이된다.
코스트코는 '역대급' 호실적 속에 미국 본사에 대한 고배당 기조를 유지했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배당 예정액은 1천5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뜻하는 배당 성향은 67.0%에 이른다.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에 당기순이익을 뛰어넘는 2천억원(배당 성향 141.2%)의 배당금을 지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배당금은 전액 코스트코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코스트코 홀세일 인터내셔널로 넘어간다.
코스트코는 이처럼 한국에서 유통업계 최고 수준의 이익과 배당을 챙겨가지만, 사회 기여도는 여전히 미미하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기부액은 12억2천만원으로 지난 회계연도(11억8천만원) 대비 불과 3.5% 늘었다. 미국 본사가 가져갈 배당액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국내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며 사회 기여도를 높여가는 추세와 반대로 가는 셈이다.
코스트코는 경쟁사에 비해 고용 규모도 크지 않다.
1998년 설립된 코스트코코리아가 현재 한국에서 운영하는 매장 수는 19개, 임직원 수는 7천351명이다. 코스트코와 연 매출 규모가 비슷한 홈플러스가 약 2만명을 고용한 것과 대비된다.
경쟁업체로 토종 대형마트인 이마트(지난해 말 기준 2만2천744명)나 롯데마트(지난달 말 기준 1만300명)와도 견주기 어려운 규모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물건을 파는 외국계 대형 유통기업이 본사로 가져가는 천문학적인 배당 수익에 비해 한국 사회와의 상생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으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코스트코 외에 다른 외국계 업체도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배달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독일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는 지난해 4천127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순이익의 81.5%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기부액은 32억9천여만원으로 배당액의 0.8%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장사하는 세계적인 명품업체도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지난해 한국법인에서 챙겨간 배당금이 1천450억원으로 전년(750억원) 대비 2배로 늘었지만, 기부액은 5억6천117만원에서 5억5천319만원으로 되레 줄었다.
지난해 한국에서 1조원대의 매출을 올린 또 다른 프랑스 브랜드 디올도 2천426억원의 배당금을 챙겼으나 국내 기부금은 전년 대비 300만원 증가한 1천920만원에 그쳤다.
루이비통은 2022년 배당금으로 2천800억원을 받아 갔고 지난해엔 중간배당으로 1천억원을 챙겼지만 2년 내내 한 푼도 기부하지 않았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다른 업종과 달리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유통업체의 경우 유난히 사회 기여 활동에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며 "이익만 내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짚었다.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