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똘똘 뭉치자."
여소야대 지형이 강화된 22대 국회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필두로 줄곧 여권에서 외쳐오던 구호다.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지는 더불어민주당의 특검·탄핵 공세에 '단일대오'로 방어해 보겠단 취지다. 구호의 발화(發話)지는 반년 만에 반전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한 기점으로 여야의 뒤바뀐 처지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19일 정치권에서는 기존 야당의 공격·여당의 수비 포지션이 이재명 대표의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이후 뒤집혔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야당의 공세로부터 분열하던 국민의힘은 정책 기조를 정비하며 외연확장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고, 당혹감이 역력한 민주당은 대안 세력의 움직임에 "죽인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원심력 차단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시사IN 유튜브 방송에 나와 "저는 이 대표에게 '의연하라'고 한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사형에서 돌아와 대통령이 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법원에서 살아남았지 않는가.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말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특히 "지금 이 순간은 민주당이 '대동단결' 뭉쳐 이 난국을 헤쳐나가자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22대 국회가 시작된 지난 5월 '똘똘 뭉치자'는 여권의 구호를 "굉장히 초조하고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해석한 박 의원의 말도 재조명되고 있다. 애써 초조함을 감추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민주당 상황에 적용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8월 29일 오후 인천에서 열린 민주당(위쪽) 워크숍과 국민의힘 워크숍. 사진출처=연합뉴스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비명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인다"고 발언했다가 뒤늦게 "발언이 셌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똘똘 뭉쳐' 정치검찰과 맞서고 정적 죽이기에 고통받는 당 대표를 지켜내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에게 닥친 위기에 비명(非이재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당내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비명계 원외 모임인 초일회가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특강을 예고했고, 민주당의 잠룡 '신3김(김부겸·김동연·김경수)'의 주목도는 높아지고 있다.
당 지도부와 친명(親이재명)계는 '이재명 체제'의 공고함을 부각하는 한편 비명계의 세력화 가능성 차단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우선 국회 재표결을 앞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고리로 대여 공세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주말엔 장외 집회를 통한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권 내 변화와 쇄신에 방점을 찍고 민생 행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야당의 정쟁 포석에 말려들지 않고 정책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이 대표의 1심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 직후에도 "민생이 우선"이라며 차별화 노선을 예고했다. 한 대표는 민생 행보를 본격화하기 위해 이르면 이번 주 민생경제특별위원회를 발족한다는 계획이다.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특별감찰관 추진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반전 기회에 불어닥칠 역풍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이자, 더 거세질 야당의 공세 빌미를 선제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야권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연계 여부를 둘러싼 이견은 존재하지만 특별감찰관 추진 자체에는 공감대를 이루면서 수습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추가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해 "그런 일이 있었단 것에 대해, 그런 일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란 점에 대해서 국민들 다 알고 계실 것"이라며 "상식적인 기소 아닐까 생각한다. 자세한 내용 모르니 제가 평할 건 아닌 것 같다"며 공격을 자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