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플랑크톤' 우도환 "이유미와 로맨스 호흡? 너무 완벽했다"[인터뷰]

스포츠한국 2024-11-19 16:15:00
우도환. 사진=넷플릭스 우도환.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간 TV나 영화에서 표현된 시한부 환자들이 병실에 누워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길 기다리거나 부정적인 감정들을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면 넷플릭스 시리즈 'Mr. 플랑크톤'에서 우도환이 연기한 해조는 밝은 에너지로 자칫 놓쳐버릴 수 있는 인생의 의미에 포커스를 맞춘 인물이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난 우도환은 시한부 인생인 해조 역을 연기한 감상에 대해 "죽음에 대한 관점은 누구나 똑같은 것 같아요. 무서움, 두려움, 그리고 후회인데 마지막 내레이션 부분에서 후회가 아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럼 웃어주자. 웃는 모습이 보고 싶다. 후회가 없기 위해 사랑한다고 꼭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여운이 크게 남았어요. 저는 세 번을 봤거든요. 처음에는 노래 없는 버전으로 봤는데 그땐 엔딩도 없었어요. 이후에 두 번 보고 난 뒤엔 더 힘들었죠. 다시 볼 땐 결말을 아니까 1화부터 찡했어요. 시청자분들도 비슷하게 느끼셨을 것 같아요. 그냥 보고 웃고 끝낼 드라마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으로 찍었는데 이렇게까지 감정 이입이 된 건 처음이었어요. 봐주신 분들께서도 많이 여운을 많이 느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

'Mr. 플랑크톤'은 제목부터 독특하다. 등장인물들의 이름 역시 해조(우도환), 재미(이유미), 어흥(오정세), 호자(김해숙), 존나(알렉스 랜디) 등 범상치 않은 상징성을 짐작케 한다. 시한부가 된 해조는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인 자신의 전 연인 재미를 납치한다. 하루아침에 신부를 잃은 어흥이 이 둘을 쫒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감정들을 더욱 깊게 들여다보며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 로맨스를 표방하지만 좀 더 드라마적인 요소를 갖췄다.

"'Mr. 플랑크톤'이라는 드라마가 가진 주제는 제목과 같아요. 플랑크톤 같은 미천한 존재조차 존재의 가치가 있다는 거예요. 존재의 가치가 분명히 있는데 왜 그 존재의 가치를 부정하고 다른 가치 있는 존재를 찾으려고 할까 싶은 거죠. 해조는 성장 과정에서 없어진 걸 죽음의 문턱까지 와서야 깨달아요. 그런 여운이 세게 와닿았어요. 복합장르라고 하는 게 딱 정확할 것 같아요. 로드 무비에 로맨틱 코미디 요소도 있고 하지만 인생을 다룬 드라마이기도 해요. 그렇다고 크게 장르성을 띄는 드라마는 아닌 것 같아요. 초반은 로코 느낌이 강한데 거기에 사연이 하나씩 생기고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지 않거든요. 확장된 인물들이 해조와 재미 둘 사이의 이야기를 따라와요. 작품 안에 우리 삶을 다시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메시지가 있어요. 굳이 해조에게 공감을 안 하더라도 재미나 어흥에게 공감을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인물들에게 공감이 될 수도 있고요. 각자 아픔과 결핍이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우도환. 사진=넷플릭스

해조는 시한부 선고를 받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버림받듯 가출을 하게 된 해조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외면해 왔던 가족, 사랑의 의미에 대해 찾아가며 인생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강한 면모를 보인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이 으레 그렇든 자신의 사랑 역시 표현할 줄 모르지만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숨겨둔 마음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차가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다.

"저는 다정다감한 성격이에요. 꼬아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이미지는 안 그렇지만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그냥 챙겨줄 거면 똑바로 챙겨주는 게 낫잖아요. 해조가 앞에서는 못 되게 굴고 뒤에서 챙겨주는 게 못 되게 한다기보다는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다는 느낌이었어요. 연기하면서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삶을 사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죠. 저와는 다른 스타일의 사람이었어요. 저의 결핍은 어흥이 가진 결핍과 비슷해요. 배우 일을 하면서는 정해 놓은 틀 안에서 규율을 가진 삶을 살게 되거든요. 감독님이 진짜 해조였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화를 한 번도 안 내고 웃으시더라고요. 초지일관 항상 같은 텐션으로 현장에 계시니까 안 좋을 수가 없었죠. 지방 촬영이 있고 힘들 때도 많은 사람들 챙기시고 저에게도 끊임없이 해조는 이럴 거 같은데 어떠냐고 생각을 물어봐 주시고 저만큼 캐릭터에 이입을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죠. 그리고 많이 믿어주셨어요. '너희 둘 잘하니까 알아서 해' 이런 느낌이고, '할 수 있어 믿어봐'라면서 할 수 있다고 다독여 주셨어요. 감독님이 고민을 하시면 우리가 고민을 덜어드리고, 우리가 고민을 하고 있으면 감독님이 '마음대로 해라'라고 해주셨죠."

우도환. 사진=넷플릭스 우도환. 사진=넷플릭스

우도환은 이유미와의 연인과의 연인 연기에 대해 완벽한 호흡이었다면서 "아무것도 필요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후반부에는 라이벌이자 형 같은 존재가 된 오정세와는 또 다른 팀워크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고도 했다.

"유미랑은 아무것도 필요가 없었어요. 그냥 이 친구랑 뭘 할 때는 현장에 가는 것도 마음이 편했죠. 나중에는 '진짜 해조와 재미 아냐?'라는 느낌까지 받았어요. 서로 현장에서 배려도 많이 하고 믿고 응원도 했고요. 정말 둘이 드라마 안에 들어와서 놀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오정세 형은 아예 반대였어요. 형은 철저하게 준비를 해 오고 그걸 다 풀어내는 사람이에요. 애드리브처럼 보이는 것도 다 준비해 온 거예요. 저는 또 그게 재미있었죠. 신 안에 들어가서 서로 주고받는 상황들이 좋았어요. 정세 형은 애드리브까지 리허설 때 미리 보여줘요. 유미랑은 컷마다 달라서 나중에는 '골라 쓰세요'라고 했죠."

우도환은 매 작품마다 새롭고 신선한 연기로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다. 선 굵은 연기와 강렬한 존재감으로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드라마 '사냥개들', '조선변호사', '더 킹 : 영원의 군주, '나의 나라'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온 그의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제가 항상 액션을 찍고 나면 액션은 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거든요. 지금은 로맨스를 조금 쉬고 싶긴 해요. 다음에도 로맨스 작품을 잘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번에 연기를 하면서 정말 다 불태웠는데 또 다른 대본을 만나서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전 다양한 장르를 많이 찍었다고 생각해요. 특수 분장으로 이상한 괴물로도 변신하고, 악신을 숭배하는 사람도 돼 봤고, 1인 2역도 해봤고요. 이제는 내가 무슨 캐릭터를 하겠다기보다는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가 훨씬 중요해진 것 같아요. 작품으로 깊은 메시지를 주고 그걸 사람들이 받아들였을 때 제 존재의 가치가 느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