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홍여정 기자] 기후변화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건설업계도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탄소 저감 기술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의미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이상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특히 2026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의 탄소 배출량을 담은 ESG 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되는 만큼 탄소 배출량이 많은 건설업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및 산출 관리가 중요해졌다.
이에 맞춰 건설업계도 친환경 건설 기술 개발에 투자하거나 현장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기후 리스크 및 기회 영향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수립했다. 삼성물산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58%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 배출량 ‘0’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100% 사용 △탄소 저감 R&D 지속 추진 △저탄소 고효율 사업장 구현 △이해관계자 참여 확대 등 4대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탄소 저감 콘크리트, 저탄소 레미콘 등 감축 기술을 개발해 탄소중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은 콘크리트 주재료인 시멘트를 혼화재로 대체하는 무시멘트 보도블럭과 기존 콘크리트 대비 내재 탄소량이 적은 PC용 탄소저감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또한 직접 개발한 탄소 저감 콘크리트 기술을 적용을 위해 협업 중인 협력사의 환경성적표지인증 취득을 지원하고, 향후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환경성적표지 인증 지원’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2년 국내 상장 건설사 최초로 2045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현대건설의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SBTi를 기반으로 오는 2030년까지 2022년 스코프(Scope) 1·2를 기준연도 배출량(2019년) 대비 2030년까지 46.2% 감축, 스코프 3을 기준연도 배출량(2020년) 대비 2030년까지 25% 감축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그린 오퍼레이션 △그린 포트폴리오 △그린 인베스트먼트 △그린 스프레드 등 4단계로 구성된 ‘G-OPIS’ 전략을 추진 중이다.
스코프는 온실가스 배출량 범위를 나타내는 단위다. 스코프1은 기업이 소유·통제하고 있는 시설에 서 발생하는 직접적 탄소 배출이고, 스코프2는 기업이 외부에서 구매하는 전기와 동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간접적 탄소 배출이다. 스코프3은 가치 사슬(value chain)전체에서 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모든 간접적인 배출량을 의미한다.
현대건설은 녹색분류체계(EU 택소노미)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제품 목록을 도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지속 가능한 제품의 매출 비중을 6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스마트 건설 기술(BIM) 활용을 통해 자재 소비를 최적화하고 저탄소 시멘트, 저탄소 강재 등 친환경 건설 자재를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7월 발간한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2050 탄소중립 중장기 로드맵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2025년까지 탄소중립 전략 수립 및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 저탄소 경영체제를 활성화해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대우건설은 친환경 건설을 위한 연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총 47개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2023년 말 기준 총 7건의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 중이다. 앞서 조강형 슬래그 시멘트를 활용한 친환경 저탄소 콘크리트 특허와 부유식 해상풍력 구조물 및 설치 방법과 같은 친환경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라시멘트와 협력해 개발한 ‘신형 탄소저감 조강형 콘크리트’의 탄소저감 인증 계획도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환경부에서 시행하는 환경성적표지와 저탄소제품 인증을 획득하고, 대한상공회의소 ‘탄소크레딧’ 인증도 추진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건설 산업에서 효과적으로 탄소 감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생애주기 단계별 탄소배출 구조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건설기업의 성공정 탈탄소경영 추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탄소중립의 주요 대상인 이산화탄소의 경우 약 37%를 차지한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인 탄소중립 추진 환경은 건설산업에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건설산업이 성공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건축물 운영탄소 감축, 건설자재 내재탄소 감축, 탄소배출 저감형 건설방식 적용 등 3가지 방안에 대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