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발로 뛰는 금융지주 회장들…아직은 기대 반, 우려 반

데일리한국 2024-11-19 16:10:27
홍콩 IR행사에 참석한 이수용 칼라일 아태지역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대표이사(왼쪽부터)가 간담회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홍콩 IR행사에 참석한 이수용 칼라일 아태지역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대표이사(왼쪽부터)가 간담회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금융권 내에서는 금융지주 밸류업을 두고 허와 실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간 국내 증시에서 금융지주는 저평가 종목으로 꼽혔다. 금융지주들의 밸류업 계획을 두고 시장에서는 기대감을 내비친다. 

다만 금융지주가 밸류업 이행을 위해서는 자본비율이 뒷받침돼야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위험가중자산 규모를 줄이기 위해 위험성 있는 대출이나 금융상품 판매를 자제해야한다. 이럴 경우 고객들은 금융상품을 한정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금융지주의 자본을 주주환원에만 활용한다면, 비이자수익 창출 등을 위한 사업 다각화가 저조해질 수 있는 우려감도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성장력이 쇠퇴할 수 있게 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홍콩에서 진행된 투자설명회인 ‘Invest K-Finance’(홍콩 IR)에 참석했다. 

진 회장은 홍콩IR자리에서 신한금융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현황과 향후 목표 달성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신한금융은 앞서 지난 9월 이사회가 주관하는 ‘라운드 테이블’ 미팅을 통해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과 함께 선도적인 기업가치 제고의 이행을 위한 이사회의 역할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소통한 바 있다. 

진 회장은 “기업가치 제고의 가장 큰 핵심은 주주, 시장과의 약속을 성실히 지켜 나가는 것이다”라며 “신한금융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성실한 이행과 함께 대한민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선도하기 위한 사명감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함 회장도 홍콩IR에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와의 현장 소통에 나섰다. 함 회장은 하나금융의 기업·주주가치의 지속적 증대를 위한 밸류업 계획과 구체적 이행방안을 직접 설명했다. 함 회장은 저평가된 주가를 회복하고, 주주가치를 증대한다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함 회장은 “시장의 기대수준에 걸맞은 주주환원은 지속가능한 수익성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며, 철저한 현황 진단과 실질적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밸류업 계획의 핵심 요소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룹은 이러한 지속가능한 수익성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홍콩 IR에 앞서 주요 해외 투자자로서 그룹과 오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와 개별 미팅을 진행했다. 함 회장은 그룹의 재무적 성과와 양호한 자산건전성, 중장기 성장 전략과 비전을 공유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KB금융의 '주주간담회'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완성은 실행력에 달려 있다”며 “KB금융은 새로운 밸류업 패러다임에 맞춰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번에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주주들의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밸류업에 대해 발 벗고 나서면서 금융지주 주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 밸류업 방안에 대해서도 금융시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금융지주 밸류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본비율을 적정하게 유지하거나 향상시켜야 한다. 금융지주와 은행이 자본금을 창출해야하는데, 이러기 위해서는 견고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최근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자이익이 늘면서 수익성 부분에서는 금융지주와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유지될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있어 대출 규모가 줄 수 있어 향후 은행 이자이익 증가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기 위해 위험성 있는 금융상품 판매를 자제해야한다. 이럴 경우 저신용자와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대출 규모가 줄어든다. 이럴경우 은행을 찾는 고객이 한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무엇보다 금융지주의 자본금과 이익잉여금들이 주주환원으로만 활용된다면, 금융지주는 물론 은행들이 비이자수익이나 다른 사업을 진행할 여력이 없어질 수 있다.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에 밸류업에 대한 인센티브나 정책 지원을 계속 주문하는 이유기도 하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그룹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위험가중자산의 무분별한 축소는 정답이 되지 못한다"며 "성장을 도외시하게 되면 주가의 레벨업이 이뤄지기 어렵기 떄문이다. 성장과 위험관리의 최적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 경영진의 능력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은 비용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며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자본예산 정책이 수익성 중심 경영의 시작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