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과 생존자 등은 참사 발생 1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 증상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학교 심리학과와 충북교통방송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유가족과 생존자, 생존자 가족 등 30∼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신건강 설문조사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1차 조사 당시 응답자 가운데 69.2%가 PTSD를 호소했으나, 이 비율은 1년이 지난 4차 조사(63.3%)에서도 비슷하게 유지됐다.
전문 심리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 증상을 경험한 비율(1차 56.4%→4차 57%)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또 전체 조사 기간 응답자의 34∼56.4%는 불안 증세를 호소했으며, 41.2∼56.4%는 심한 수면 장애를 겪었다. 1∼2명은 극단 선택을 시도했거나 계획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참사 이후 고용이 불안정해지거나 수입이 줄었다고 응답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 가운데 31∼42%는 실직하거나 휴직한 것으로 조사됐고, 37∼49%는 수입이 줄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최해연 교수는 "대상자들의 모든 정신건강 항목 지표는 시간 경과에 따라 소폭 개선됐다가 1주기쯤 진행된 마지막 조사에서는 '기일 반응'을 보이며 다시 첫 조사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증상이 악화했다"며 "1년간 유의미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고 특히 PTSD는 만성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참사 이후 지자체가 정신과를 연계해주긴 했지만, 의사들이 PTSD 전문가가 아니었던 탓에 약물 처방만 하는 등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사례들을 확인했다"며 "심리 치료에 투입된 전문 트라우마센터도 휴일에 문을 닫거나 타지역 피해자들이 접근성 문제로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재난 피해자들의 PTSD 증세는 통상 4년은 지나야 호전된다"면서 "지자체는 피해자들이 전문적인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 15일 집중호우 당시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당시 지하차도를 지나던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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