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명태균, 공무원과 창원시 도시계획 논의" 문서 확인

연합뉴스 2024-11-19 14:01:14

민주 시의원 "민감한 내용 고시 전 민간인에 보고·관여는 문제"

창원시 "명씨, '총괄본부장' 명함 있어 민간인이라고 생각 못 해"

기자회견하는 민주당 문순규 시의원(가운데)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현재 구속) 씨가 김영선 전 국회의원이 현직이던 시기 김 전 의원이 부재한 자리에서 경남 창원시 공무원들과 도시계획 관련 현안 간담회를 주도해 논의한 사실이 문서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민간인'인 명씨에게 창원시 공무원들이 기밀을 요할 수 있는 도시계획 관련 진행사항을 설명·논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명씨의 시정 개입에 대한 전면 조사를 촉구했다.

19일 민주당 문순규 시의원에 따르면 최근 문 의원은 2022년 7월 민선 8기 출범 이후 창원시 공무원들의 김영선 의원실 방문출장 내역에 대한 자료를 시에 요구했다.

문 의원은 다수의 출장내역 중 출장보고서 형태로 7∼8건가량을 확보했는데, 이 중 1건에서 '명태균'이라는 이름이 등장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7일 오후 당시 도시정책국장·도시계획과장·지구단위팀장 외 1명(주무관 추정) 등 시청 공무원 4명은 의창구 중동 소재 김영선 국회의원 사무실을 출장 방문했다.

시 공무원들은 '창원 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기 위해 의원실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의원실에서는 명태균 총괄본부장, 선임비서관, 보좌관, 전 도의원 외 1명 등 5명이 참석했다.

출장보고서

시가 남긴 출장보고서의 절반 상당은 '간담회 주요 내용'이라는 제목하에 명씨의 발언을 요약 정리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당시 명씨는 "제1종 전용주거지역을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 변경할 수 없는가", "기반시설 등 확충에 얼마의 비용이 소요되나", "시에서 주차장과 공원을 확충해 기반시설을 높이는 것이 타당하다.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돼도 일시 개발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또 "현재와 같이 유지되면 주거지역 시민들은 개발에서 소외됐다고 생각하므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재정비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거나 "종상향 시범지구를 선정·관리해 발생하는 자료를 수집하고 향후 재정비 시 그 결과값으로 지역의 개발방향을 수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도 했다.

이에 당시 도시정책국장은 "시범지구를 선정해 운영해보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보고서에 기록돼 있다.

문 의원은 이날 오전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선 국회의원 간담회'라는 제목으로 간담회가 열렸지만, 당시 국회의원은 자리에 배석하지 않았고 총괄·주도한 사람은 명씨"라며 "공무원들이 명씨에게 설명하고, 명씨 질의에 답변하고, 명씨는 자기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출장보고서에 들어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상향은 지난 1월 고시된 창원 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에도 포함됐다"며 "명씨 주장에 의해 반영됐다고 꼭 단정하긴 어렵지만 명씨가 건의한 내용이 결과론적으로 반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또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등) 아주 민감한 내용인데 결정 고시되기 전에 특정 민간인에게 보고가 되고, (해당 인물이) 결정되는 과정에 개입되거나 관여됐다면 상당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특정 민간인이 악용할 여지가 발생하는 것이므로 진상을 세세히 밝혀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과정에서 시 공무원들이 명씨와 접촉한 경위·현황, 명씨에게 설명하거나 전달한 문서 일체를 공개해야 한다"며 "창원 국가산단과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개입 의혹 외에 명씨가 또 개입하거나 관여한 시정 현안은 없는지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고도 부연했다.

시 관계자들은 앞서 명씨에 대해 "'총괄본부장'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어 민간인이라는 생각을 못 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명태균 씨가 사용한 명함

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