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재석 기자 = 서울 성북동 한양도성 언덕에 있는 '북정마을'은 서울의 몇 안 남은 오래된 달동네 중의 하나다. 성북문화원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는 아름다운 경관과 맑은 공기 때문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이 동네에 많이 살았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과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무너진 도성 성곽 아래 판자촌을 이루어 살면서 마을이 커졌다. 김광섭 시인의 대표작 '성북동 비둘기'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2015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마을에 가려면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역에서 마을버스 성북 03번을 타면 된다. 이 마을버스에 오르면 간송미술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살림집 심우장 등 역사 문화예술 명소를 들를 수 있을뿐더러 서울 역사가 담긴 풍광도 볼 수 있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나 지하철이 닿지 않는 지역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으로 운행해 지역 주민들에게는 아주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특히 고지대나 외진 마을 주민에게는 외부 세계와 연결해주는 유일한 수단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을버스는 지역사회에서 이동 수단의 의미를 넘어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버스가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움직이는 마을회관'이라는 말도 이 때문에 나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마을버스가 계속 줄고 있다. 운전기사가 모자라 버스 운행을 100% 못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시 마을버스 기사 부족 인원이 약 600명이라고 한다. 전체 적정 인원의 약 17% 수준이다.
서울시가 만성적인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인을 마을버스 기사로 채용하는 방안을 내놓아 눈길이 간다. 현재 제조업이나 농어업 등의 분야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받는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포함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그동안 업계에서 관련 요구가 있었지만 서울시가 이를 처음 공론화한 것이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 관리사 도입 시범사업이 적잖은 잡음을 야기한 만큼 이번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노동부도 신중한 입장이라고 한다.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국인이 취업을 꺼리는 업종의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가사 관리사에 이어 마을버스 기사까지 외국인 대체인력 논의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진통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서울시 버스노조는 외국인 마을버스 기사 도입 추진에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부족한 인원을 충원하기 위해선 버스 기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마을버스는 저소득층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해주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시내버스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준공영제 운용 등도 검토해볼 수 있다. 매번 '외국인 노동자'라는 손쉬운 선택에만 의존하려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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