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제 정치화·무역 보호주의 경고…외신 "트럼프 복귀 앞두고 나온 발언"
글로벌사우스와 협력 거듭 강조…발언 상당 수 美 염두에 둔 듯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허용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에게 우크라이나 위기 상황을 완화할 것을 촉구했다.
AFP와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에서 열린 20개국(G20) 정상회의 제2세션 개막 연설을 통해 "전쟁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거나 각국이 상황을 격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을 의제로 한 G20 정상회의 제2세션에서 시 주석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G20이 이를 지원하고, 정치적 해결책을 함께 마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 지 며칠 만에 나온 것이라고 AFP는 짚었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와 계속해서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또한 중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할 수 있도록 한 결정적 조력자라고 언급한 바 있다고 AFP는 덧붙였다.
이어 시 주석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속되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많은 사람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독립된 팔레스타인 건설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또 시 주석은 다자간 무역 시스템 강화를 촉구하며 '경제 문제의 정치화'를 경고했다.
그는 "인위적으로 글로벌시장을 분열시켜 경제문제를 정치화하는 것,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무역에 있어서) 보호주의를 시행하는 것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이와 관련해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중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에 대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두 달 앞두고 나온 발언이라고 AFP는 짚었다.
실제로 이날 시 주석의 발언 상당 수는 트럼프 재집권 등 미국 견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 주석은 인공지능(AI)에 대한 국제 거버넌스 강화도 강조하며 "AI의 발전과 활용은 전인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쪽이어야 한다"면서 "AI가 부유한 국가들과 부자들의 오락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AI칩 등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공급을 중단하도록 한 미국 측 조치에 대해 반발하는 입장을 밝혔었다.
시 주석은 '기아와 빈곤 퇴치'를 주요 의제로 내세운 G20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는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일원이며 개발도상국들에 신뢰할 수 있는 장기적인 협력 파트너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세계 발전을 위한 중국의 8대 계획'을 발표하며 글로벌 사우스 연구센터의 건설,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고품질 성장, 아프리카 및 개발도상국과의 협력 강화, 무역 개방 촉진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빈개발도상국에 대한 100%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기로 한 계획은 이미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이 연설에서 시 주석은 '글로벌 사우스'라는 개념을 4번이나 언급했다.
앞서 그는 브라질 일간지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함께 개도국의 공동이익을 단호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