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티메프 미정산 사태’ 정점으로 지목돼 두 번째 구속 갈림길에 섰던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등 경영진들의 구속영장이 다시 기각됐다. 이들이 증거 인멸을 시도했거나 도주할 우려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티메프 피해자들은 “피해자 구제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구 대표에 대해서는 “종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피의자가 증거 인멸을 시도했거나 도주하려 한 사실이 보이지 않는다”며 “범죄 성립 여부와 그 경위에 대해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광진·류화현 대표에 대해서도 종전 구속영장 기각 후 증거 인멸이나 도주 시도가 없었고, 범죄사실과 공모·가담 여부에 대한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역시 영장을 기각했다.
특히 구 대표의 지휘 아래 계열사를 이끈 류광진·류화현 대표에 대해서는 지위와 역할, 구 대표와의 관계, 구속영장 기각 후 추가로 제출된 증거 등을 종합해 볼 때 현 단계로서는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구 대표와 티메프 경영진들은 지난 7월부터 구매자가 지불한 금액을 판매자에게 정산하지 않은 미정산 사태를 일으켰다. 정산 대금 지급 불능 상황에서도 돌려 막기 식 영업을 통해 1조5950억원 상당의 정산대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일감 몰아주기로 계열사에 720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 인수대금으로 799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구 대표 등은 혐의에 대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매출을 늘리려는 것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일반적인 특성이며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큐텐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 성공 시 투자 유치로 경영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횡령 등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7월 전담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수사 착수 2개월여만에 세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한차례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달 10일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모두 기각했다. 검찰이 다시 2개월간의 보완 수사를 거쳐 지난 14일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전날 재차 기각됐다.
이에 대해 티메프 판매자·소비자 피해자로 구성된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오후 6시부터 서울지방법원 앞에 모여 경영진들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철야 농성과 탄원서 제출 등을 진행했다. 비대위는 이번 재판부의 판단이 티메프 사태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피해자 구제를 외면하려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입장문을 내고 “우리나라 법률 제도가 상식적 범위에서 움직이지 않고 이상한 법리적 논리로 강자 기업인을 위해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재판부의 판단은 본 사태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움직임이 비단 구 대표 등 경영진만이 아닌 국가도 일부가 관여하고 있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구영배 일당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검은 그림자까지 상대해야 한다는 막연함에 깊은 실망감과 절망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 수집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