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의 기행문과 철학'·'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 조선 건국의 개혁사상과 문명론 = 도현철 지음.
여말선초 격동의 시기를 살아간 유학자 지식인 14명을 주목한 책이다.
고려 후기와 조선 초기의 정치사상을 주로 연구해 온 사학자인 저자는 성리학의 수용과 확산 과정을 중심으로 이들 유학자의 도전과 대응을 짚는다.
성리학을 도입한 안향(1243∼1306)부터 이색(1328∼1396), 정몽주(1338∼1392)와 함께 고려의 '삼은'(三隱)으로 불린 길재(1353∼1419)에 이르는 지식인들의 삶과 사상을 정리했다.
책은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변화와 변동이 진행되는 시기에 이들 유학자 지식인이 "각자가 처한 현실과 대응 논리에 따라 서로 다른 정치적 행동을 보여줬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이색과 정몽주는 성리학을 통해 고려 왕조를 유지하고 재건하려 했으나, 정도전(1342∼1398)은 성리학의 개혁적 측면을 발굴하고 새로운 왕조 건국으로 이어 나갔다.
왕조 교체기 지식인들의 현실적 고뇌와 극복 노력, 분투를 엿볼 수 있다.
지식산업사. 576쪽.
▲ 혜초의 기행문과 철학 = 윤병렬 지음.
총 227행, 5천893자.
1908년 프랑스 출신의 동양학자 폴 펠리오(1878∼1945)가 중국 둔황(敦煌)에서 찾은 기행문에는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정치·문화·경제·풍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다.
통일신라시대 승려인 혜초(704∼787)가 인도를 비롯한 40여 개국을 4년간 여행하면서 남긴 이 기록은 한국인이 작성한 최초의 해외 여행기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서양의 하이데거 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왕오천축국전'에 대한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해초를 읽으려면 텍스트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승려이자 구도자였던 혜초가 온갖 고행을 기꺼이 감내하면서 깨달음을 향해 나아간 여정에 주목하면서 철학적 지평 위에서 '왕오천축국전'을 해석한다.
소명출판. 335쪽.
▲ 만해 한용운, 도올이 부른다 1·2 = 김용옥 지음.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삶과 사상을 정리한 책.
만해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명 중 한 사람이자 '님의 침묵'을 쓴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저자는 '20세기의 성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만해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인생 역정을 전하며 20세기 한국 문단의 맥을 이어간 주요 인물, '님의 침묵' 시집에 담긴 시 30여 편을 찬찬히 짚는다.
"만해는 시를 통해 역사를 말하였고, 문학을 말하였고, 철학을 말하였다. 만해는 20세기 문·사·철의 공든 탑이다."
통나무. 각 권 396쪽, 408쪽.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