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자 부담 원칙'…그물에 붙은 폐꽃게 처리 요구에 어민 반발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북한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인천 연평도에서 꽃게 조업을 하는 어민들이 폐그물 처리 방식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19일 인천시 옹진군과 연평도 주민들에 따르면 옹진군은 지난 9월 폐꽃게가 붙어 있는 폐그물의 집하장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문을 연평면사무소에 시달했다.
연평도에서 버려지는 그물에서 꽃게 사체가 부패해 악취 민원이 잇따르고 폐그물 소각에도 어려움을 겪자 내린 조치다.
옹진군은 그동안 폐꽃게 처리 여부와 관계 없이 어민들이 집하장에 폐그물을 가져다 놓으면 1t 마대에 폐그물을 담아 선박으로 운반한 뒤 소각 처리해왔다.
그러나 폐꽃게로 인해 폐그물의 무게가 급격히 늘어나자 '배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어민들이 폐꽃게를 직접 처리한 뒤 그물을 버리도록 한 것이다.
연평도 어민들은 옹진군의 일방적인 통보에 반발하며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연평어장에서 꽃게 조업을 하는 김모(60)씨는 "지자체가 어민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조업을 마친 폐그물에는 판매할 수 없는 어린 꽃게나 물렁게 등 폐꽃게가 훨씬 많이 붙어 있어 어민들이 직접 처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인건비 부담은 물론 섬 안에 처리 시설도 미비해 어민들이 폐그물에서 경제적 가치가 없는 꽃게를 떼어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어선 1척당 꽃게 선별에 10∼20명의 작업자가 투입되는데 이들은 시급 2만원이 넘는다"며 "많은 인건비를 들여 폐꽃게를 그물에서 떼어내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매년 폐그물을 집하장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어선 1척당 7백만원가량의 운반비도 어민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연평도에서는 주로 꽃게 조업이 닻자망 어선으로 이뤄지는데, 안보 문제로 야간 조업이 불가능해 그물에 걸린 꽃게를 육상에서 분리한다.
옹진군은 어민들이 처리 시설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폐꽃게를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옹진군은 올해 8억5천만원을 들여 지난달까지 1천t가량의 폐그물을 연평도에서 반출했지만, 집하장은 여전히 포화 상태다.
2019년 조성된 974㎡ 규모의 연평도 집하장에는 현재 수용 최대치인 2천500t의 폐그물이 쌓여있으며 집하장 인근 일반폐기물 공터에도 폐그물이 담긴 마대가 가득하다.
옹진군은 내년에도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폐그물 1천200t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연평도 집하장의 포화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옹진군은 최근 연평도 어민들과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정해진 예산 범위에서 폐그물을 처리하려면 어민들이 그물에 붙은 폐꽃게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어민들과 논의해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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