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마지막 회담서 미중관계 관리 의지 상세히 밝혀
트럼프 2기서 과거보다 강한 '대중압박' 전략 구사할 듯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양국이 파트너·친구가 돼 구동존이(求同存異)하고 서로 성취한다면 중미 관계는 장족의 발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오후(현지시간)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양자 회담에서 한 발언이다.
특히 '구동존이'가 시 주석의 생각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평가됐다.
구동존이는 '공통점을 찾고 서로 다른 점은 그대로 둔다'는 의미로 중국의 오랜 외교 원칙이다. 1955년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가 아시아-아프리카 회의에서 '국제관계에서의 평화공존 5원칙'을 설명하며 처음 등장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6년 9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구동존이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등 현안과 관련해 갈등을 겪던 한중 관계를 잘 관리해나가자는 의지를 전한 것이다.
시 주석의 '구동존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구동존이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化異)를 지향해야 한다"고 화답해 눈길을 끌었다. 구동화이는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되 이견이 있는 부분까지 공감대를 확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도 구동존이를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패권 경쟁에 돌입한 미중관계에 대해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시 주석도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호응했다.
미중 정상은 결국 군대군(軍對軍) 대화 재개 합의와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협력 합의를 끌어냈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의 어쩌면 마지막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미중 관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상히 설명했다.
그는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힘쓴다는 중국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고,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에 따라 중미 관계를 처리한다는 원칙에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투키디데스 함정'(기존 패권국의 힘이 약해지고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때 두 세력 사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은 역사적 숙명이 아니고 '신냉전'은 해서도, 이길 수도 없다. 대(對)중국 억제는 현명하지도, 가능하지도, 뜻대로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대방을 라이벌·적으로 삼아 악성 경쟁을 하고 서로 상처를 입히면 중미 관계는 곡절을 겪거나 심지어 퇴보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 발언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메시지로도 들릴 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시절 중국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로 규정하고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다.
바이든 4년의 세월을 거쳐 다시 트럼프 2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시 주석이 미중관계의 지향점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다시 집권하게 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이후 더욱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강대국이 올바르게 공존하는 길을 계속 모색해 이 지구상에서 장기간 평화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한 시 주석에게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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