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무대서 찬란히 빛난 국극의 왕자…'정년이' 16.5%로 종영

연합뉴스 2024-11-18 11:00:28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1950년대 여성 국극을 소재로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가려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정년이'가 시청률 15%대의 벽을 뚫고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드라마 '정년이' 속 장면

18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20분에 방영된 tvN 드라마 '정년이'의 최종회 시청률이 16.5%로 집계됐다.

자체 최고 시청률로, 지상파를 포함해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마지막 회는 정년이(김태리 분)와 영서(신예은 분)가 아사달·아사녀 전설을 재해석한 국극 '쌍탑전설'을 무대에 올리는 모습을 그렸다.

이는 매란국극단이 극심한 재정난에 빠진 상황에서도 갖은 노력 끝에 만들어낸 마지막 공연으로, 모든 이들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무대에 온 힘을 쏟아붓는다.

정년이가 광기에 사로잡힌 예술가 아사달을 연기하며 자신만이 선보일 수 있는 신선한 남역을 관객 앞에 내놓는 장면이 대미를 장식했다.

이 무대를 통해 정년이는 '국극계 황태자' 옥경(정은채 분)을 뛰어넘는 새로운 왕자로 우뚝 선다.

드라마 '정년이' 속 장면

드라마 '정년이'는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시작부터 기대와 논란이 컸던 작품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배역을 여자가 맡는 여성 국극을 소재로 내세운 만큼 드라마도 남자 배우가 거의 등장하지 않고 여자 배우로 꽉 채웠다.

주인공인 정년이는 물론, 그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영서, 정년이를 처음 국극의 세계로 이끌어준 옥경, 매란국극단을 이끄는 소복(라미란 분), 국극계 최고의 여배우지만 뒤틀린 속내를 가진 혜랑(김윤혜 분) 등 주요 배역이 모두 여자다.

모든 캐릭터가 그저 악역이나 조역으로 단순하게만 그려지지 않고, 정년이를 성장시키는 입체적인 인물들로 그려진다.

고향 목포에서는 소리 천재로 자신하던 정년이가 이들과 만나 좌절하기도 하고, 연기와 무대의 참맛을 배우며 진짜 배우로 거듭나게 된다.

성장형 주인공을 다룬 만큼, 드라마도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회 시청률 4.8%로 출발해 4회 만에 12.7%를 기록했고 마지막 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tvN 드라마 '정년이'

다만, 여전히 원작 웹툰 속 정년이의 첫 번째 팬이자 연인인 부용이 캐릭터가 삭제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작에서 주로 다뤘던 1950년대 가부장제 문화와 그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에서는 예술가의 성장 서사 정도로만 소화됐다.

드라마 흥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효과도 낳았다.

최근 원로 여성 국극 배우들이 재조명되고 있고, 다음 달에는 원로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특별 공연도 예정됐다.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