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 "'정년이' 연기 영광, 기적 같은 드라마였다" [일문일답]

스포츠한국 2024-11-18 10:51:40
배우 김태리. 24.10.10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배우 김태리. 24.10.10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김현희 기자]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김태리가 종영을 맞아 일문일답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정년이’에서 정년이 역을 맡아 서정적이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진심을 담은 연기를 펼친 김태리는 이를 통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시켰고, 이와 더불어 ‘믿고 보는 배우’의 면모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지난달 12일 첫 방송된 ‘정년이’는 첫 회 시청률 4.8%로 시작해 3회 9.2%, 6회 13.4%, 10회 14.1%라는 기록을 세웠고, 17일 최종회는 16.5%(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첫 방송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극중 김태리는 국극 배우가 되기 위해 목포에서 상경한 정년이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소리뿐만 아니라 안무, 사투리까지 구사하며 국극 배우를 향해 달려가는 정년이의 성장 과정을 그려낸 김태리는 ‘대체불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청자는 물론 평단의 호평세례를 받았다.

이에 17일 종영 후 작품을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시청자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김태리가 일문일답 인터뷰를 공개했다.

사진 제공=tvN '정년이' 사진 제공=tvN '정년이'

Q. 드라마 를 마친 종영 소감은?

A. “모든 배우진의 소리와 무대 연기에 대한 부담, 4개의 큰 무대, 그리고 시대적 배경인 50년대까지.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고 그렇게 기적처럼 만들어진 드라마가 기적처럼 단기간에 많은 시청자분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청자분들께 먼저 무궁무진한 감사를 드리고 싶고 이 드라마를 만들 용기를 내고 또 기적을 만들어낸 모든 제작진분들과 함께한 배우분들께도 따뜻한 감사 전하고 싶다”

Q. 드라마 를 처음 마주했을 때 들었던 감정을 한 단어를 표현한다면? 이유는?

A. “‘재미있겠다’는 마음뿐이었다. 큰 도전을 한다는 불안도 없었다. 당장 소리 연습을 시작했고 기대보다 더 재밌고 더 즐거웠다. 이 즐겁고 재밌는 것을 드라마를 통해 많은 분들이 알게 되고 즐기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

Q. 인물 '정년이'를 생각하면 단연, 소리, 안무, 사투리가 먼저 떠오른다. 각각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나? 외에 인물을 구현해 내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A. “각 분야의 선생님들이 정말 각고의 노력을 해주셨다. 모든 분야를 기초부터 시작했다. 잘하는 척이 목표가 아니었기에 끝까지 노력했음에도 안 되는 경우에야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기술을 물었다. 권송희 소리 선생님과는 21년도 첫 수업부터 그 모든 날 함께 소리를 주고받았다. 선생님의 선생님(김수연 명창)께도 몇 번의 수업을 받았었는데 권송희 선생님은 옆에서 함께 무릎 꿇고 앉아 학부모의 심정으로 저를 응원해 주셨다. 떡목이 된 이후 씬의 녹음 전날은 연습실을 빌려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몇 시간이고 목을 긁기 위해 함께 소리를 했다. 지쳤던 날들에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응원의 메시지들이 참 좋았다. 서로를 존경하고 위하며 그렇게 함께했다.

이이슬 안무 선생님과의 합도 굉장히 좋았다. 선생님은 실수에서도 좋은 것을 끄집어 내주는 분이셨고 제 몸에 맞는 동작을 찾아주려 끝까지 노력하셨다. 지방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새벽에도 수업을 해주실 정도로 배우가 욕심내는 모든 것을 만들어주시려 애써주셨다.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던 때에 매란국극단의 배우들 모두가 이젠 정말 제자처럼 느껴진다던 선생님의 말이 기억난다.

사투리는 목포 출신의 배우 정수정 선생님이 프리 단계부터 모든 촬영일자와 후반 ADR(후시녹음)까지 전부 붙어 지도해 줬다. 덕분에 사전에 많은 대사를 숙지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광주 출신의 오경화 배우(윤정자)와 함께 셋이 한 줄 한 줄, 한 단어 한 단어까지 사투리의 맛이 느껴지면서 인물의 성격도 살릴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댔다. 마냥 듣기 좋은 사투리보다 시대성을 살리자고 얘기했고, 요즘 사람들은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나 문장도 감독님을 설득해 조금씩 집어넣었다”

Q.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에겐 여성 국극이라는 소재가 생소했을 거 같다. 배우 김태리가 매료된 여성 국극의 매력은?

A. “원작 안에서 그려지는 여성 국극의 세계가 흥미진진했다. 우리 소리로 만드는 연극, 엄청났던 인기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짧았던 전성기,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들. 또 여성 국극이 탄생하게 된 맥락, 그 역사가 가치 있다고 느꼈고 여성이 남역을 맡았을 때의 정의된 젠더를 넘어서는 매력이 너무나 궁금했다”

사진 제공=tvN '정년이' 사진 제공=tvN '정년이'

Q. 배우 김태리가 뽑은 드라마 ‘정년이’의 명장면 or 명대사는?

A. “시퍼런 새벽을 넘어 해가 뜨며 붉어지는 바닷가에서 엄마 공선(문소리)이 추월만정을 불러주는 씬을 꼽고 싶다. 모녀의 갈등을 완전히 씻어내리며 또한 공선의 모든 한이 정년의 마음으로, 한 많은 세상으로 녹아내린 씬이라고 생각한다. 소리는 한이고 우리 드라마의 가장 거칠지만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다고 생각한다”

Q. 함께 드라마와 국극을 만들어 간 여러 배우 중 많은 장면을 촬영 했던 배우는 신예은, 정은채, 우다비였을 것 같다. 그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A. “메이킹에서 보이는 현장의 분위기가 말해주듯 배우들 모두와 호흡이 좋았다. 주란(우다비)이는 정년이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인물이었고 다비도 제게 많이 기대주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촬영 내내 주란이는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늘 정년이 편이라고 눈으로 말해주었다. 다비도 마찬가지고 한두 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배우와 처음 호흡을 맞춰봤고 은채 언니와도 처음 만났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특히 서서히 배역의 옷을 입어 가는데 은채 언니는 달랐다. 처음부터 왕자님이었고 끝까지 왕자님이었다. 극중 배역과 상황에 몰입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정말이지 촬영 내내 눈 호강한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

예은이는 참 마음이 갔던 거 같다. 목표치가 너무 멀고 안 보인다며 연습 말미에 쓰러져서 집에 돌아가면 늘 이겨내고 다음 연습에 나왔다. 배우에게 있어 자기 객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예은이는 매분 매초 자신과 싸우는 듯했다. 그럼 주변에 기댈 법도 한데 스스로 싸워 이겨내는 친구였다. 말할 것도 없는 좋은 호흡이었고 예은이가 정말 멋진 영서를 만들어냈다.

외에도 연습실에서 동고동락한 매란국극단의 모든 친구들과도 함께해서 좋았다. 눈이 마주치면 늘 웃고 장난치고 응원을 나누고 그렇게 한 무대가 끝나면 격하게 서로를 안아주고 잘했다고 속삭여주던 것들이 생각난다. 초록이 역의 승희 역시 제 것을 찍을 때가 아닐 때에도 최대치의 감정을 제게 전달해 줬다. 배우들 모두 고맙고 고생했고 정말 잘 해냈다고 다시 한번 얘기하고 싶다“

Q. 가족으로 함께한 배우 문소리, 오경화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A. 두 분은 정말이지 고향 같은 느낌이었어요. 첫 촬영을 함께 하고 헤어진 후 매일매일 다시 함께 연기하는 날을 기대하며 기다렸어요. 그렇게 촬영할 때 가끔 만나게 되면 그동안 있었던 일들과 지금의 고민들을 마구마구 쏟아내고 쓰다듬을 받았습니다. 두 분이 제 마음의 안정제였어요. 말도 안 되게 힘이 되었어요. 경화 같은 경우는 정말이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친구입니다. 배우의 직업을 가지고 걸어갈 길에 함께 하게 될 든든하고 빛나는 친구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제공=tvN '정년이' 사진 제공=tvN '정년이'

Q. 드라마를 보며 가족들이나 가까운 지인, 시청자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A. “할머니가 드라마 ‘악귀’는 무서워서 못 봤다는 얘길 들었다. ‘정년이’를 준비하며 할머니가 쉽고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더욱 신이 나서 촬영 했다. 가족은 물론이고 제 주변 분들 중에 저 소리 하는 거 안 들어본 분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불렀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들 더욱 즐겁게 시청해 주신 것 같다. ‘태리 불렀던 갈까 부다 나오네~’ 하면서. 시청자분들의 반응 중엔 ‘나 소리 좋아하네’라던가 ‘소리 듣는데 왜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기억난다”

Q. 드라마 ‘정년이’를 관통하는 단어는 성장인 거 같다. 배우 김태리는 드라마 ‘정년이’와 인물 '정년이'를 만나 어떠한 성장을 했을까?

A. “쏟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었다고 자부하더라도 마음 한켠에 ‘무언가 조금 더 해볼 수 있는 것이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매주 느꼈다. 100화가 넘는 원작 웹툰을 12부안에 녹인다는 것은 모두에게 도전이었고 그렇게 함축된 서사 안에서 매번 다음 장면을 납득시킬 수 있는 징검다리를 그려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정년이가 되었다. 드라마 방영 중에 그런 모든 논리를 뛰어넘어 그럼에도 ‘주인공으로서 사랑스러움을 지키는 방향의 연기를 했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구체적인 답은 찾지 못했지만 그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런 선택을 했고 그런 가능성도 있었구나’ 답이 없어도 충분히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Q. '정년이'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A. “정년아. 폭풍 같은 그 시절을 넘어 얼마나 크게 자랐을까. 너 덕분에 재능과 노력보다 중요한 건 어쩌면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아. 너를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Q. 마지막으로 드라마 ‘정년이’와 '정년이'를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께 한마디.

A.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 저희는 다음에 다른 이야기로 다른 별천지에서 또 만나자. 시청자 여러분들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