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카 오사무賞' 최연소 수상자 우오토 작가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22년 일본 만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蟲)를 기리는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불과 25살의 젊은이가 역대 최연소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바로 만화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이하 '지.')를 그린 우오토(魚豊·필명) 작가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만화가 우오토 작가를 최근 서울 중구 상상비즈아카데미에서 인터뷰했다.
'지.'는 종교의 힘이 막강하던 시절, 교회의 가르침에 의문을 품고 지동설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지구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며, 지구 역시 다른 행성처럼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은 현재는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만, 중세까지만 하더라도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학설이었다.
이 작품은 뚜렷한 중심인물이 없고, 총 8권 길이의 만화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동설을 조금씩 완성해나간다.
우오토 작가는 "이 만화에서 주인공은 인물보다는 호기심"이라며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여러 사람이 서로 협력하고 도우면서 혁신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이 그 동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동설이란 까다로운 주제를 택한 이유에 대해선 "지성과 폭력에 관해 그리고 싶었다"며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종교와 과학이 실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동시에 성장한 것이라는 점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만화 속에서는 종교의 이름으로 지동설 연구자를 고문하고 처형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이단 심문관은 잔인한 고문을 하면서도 상대가 악마라고 생각하기에 아픔에 공감조차 하지 않는다"며 "종교적인 믿음에 의한 타자화가 얼마나 잔혹한지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처럼 차가운 묘사가 있기 때문에 열정이나 사랑 같은 따뜻한 감정을 더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다"며 잔혹한 장면들은 지동설 연구자의 신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더욱 부각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고 덧붙였다.
우오토 작가는 13살부터 만화를 투고하며 만화가의 꿈을 품었다. 19살에 '가작'이라는 테니스 만화로 데뷔했고, 23살에 '지.'를 세상에 내놨다.
2020년 말 처음 세상에 나온 이 만화는 2021년 일본 만화대상에서 2위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이 만화가 대단하다!' 남성 2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을 받았다.
지난달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넷플릭스 등을 통해 방영 중이다.
우오토 작가는 웹툰에도 도전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출판만화와 웹툰은 소설과 영화만큼이나 다른 매체"라며 "제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출판만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가 좋은 만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말했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에둘러서 하지 않고, 정면으로 전달하는 용기를 가져야 해요. 괜히 작품을 알기 쉽게, '대중이 좋아하게 만들어야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잘 전달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좋은 만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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