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현희 기자] “당신은 로또야, 절대 안 맞아”
18일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에서는 ‘포도밭의 점님 씨’ 편이 방송된다.
5년 전, 무릎이 아픈 아내 조점님(61) 씨를 위해 남편 이명연(69) 씨는 쪼그려 앉지 않아도 되는 포도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영민 씨는 아내보다 느린 포도 수확 속도를 내며 본인은 포도밭 총감독이라 주로 ‘지시’만 한다고 한다. 결국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는 점님 씨는 속이 탄다고 한다.
게다가 영민 씨는 청개구리 같은 말로 아내 기운을 뺀다. 이에 점님 씨는 남편에게 “당신은 로또야, 절대 안 맞아”라고 회심의 한 방을 날린다. 원래 점님 씨의 꿈은 화가였다. 학창 시절부터 각종 미술대회에 나가 큰 상을 받았고, 미대 합격까지 했다.
하지만 11남매의 막내였던 점님 씨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뒷바라지해 줄 사람이 없어 꿈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중매로 일곱 살 많은 명연 씨를 만났고, 그림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달콤한 프로포즈에 결혼을 했다고 한다.
결혼 후 점님 씨는 줄줄이 태어난 삼남매를 낳아 가르치다 보니 화가의 꿈은 멀어져 갔다고 한다. 설상가상 남편과 하던 식당도 잘 안됐다. 그러면서 5년 전,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며 샤인 머스켓 농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지 포도알은 꽉 차게 영글어 대풍년을 맞았지만 귀한 대접받던 샤인 머스캣이 올해는 잘 팔리질 않는다고 한다.
사진 제공=KBS1 '인간극장'그래도 부부의 자부심인 자식 농사만은 배신하지 않았다. 부부는 삼남매를 의사, 회계사, 선박 기관사, 모두 ‘사’자 직업인으로 키워냈다. 들인 공에 비해 몇 배로 잘 자라준 고마운 삼남매는 부부가 포도 농사를 시작할 때 대출을 받아 빌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자식에게 빚을 내 시작한 포도 농사이기에 더 애가 타는 점님 씨 부부, 결혼을 앞둔 큰 딸의 결혼 비용, 세쌍둥이를 출산할 며느리의 산후조리원 비용까지, 돈 나갈 일은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캔디’처럼 씩씩하게 웃어 보이는 점님 씨는 샤인 머스캣을 넣은 막걸리를 만들어 새로운 포도 판로를 궁리하고, 내년부터는 포도 하우스를 체험농장으로 만들 계획도 세운다.
시어머니 챙기며 집안일 하랴, 여성농업인 회의 다니랴, 종횡무진 바쁜 가운데 파란만장한 인생의 항로를 지나며 비록 화가의 꿈은 이루지 못한 점님 씨. 오늘도 티격태격, ‘로또’처럼 안 맞다는 남편과 포도밭을 누비는 점님씨를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