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전총리, '튀르키예와 화해' 비판했다 여당서 제명

연합뉴스 2024-11-18 00:01:20

안토니스 사마라스 전 그리스 총리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현 그리스 정부의 튀르키예 화해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전직 총리이자 집권당 의원이 당에서 제명됐다.

AP 통신 등은 그리스 집권 신민주주의당(ND)이 16일(현지시간) 안토니스 사마라스(73) 전 총리를 제명했다고 보도했다.

강경 민족주의자인 그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가 튀르키예와 오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자 이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는 최근 토비마 신문과 인터뷰에선 튀르키예와 회담에서 굴종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게오르그 게라페트리티스 외무장관의 해임을 요구, 파문을 일으켰다.

사라마스 전 총리는 "튀르키예의 도전에 대한 영구적인 유화책은 중도주의 정책이 아니다"라며 "튀르키예와 '우정과 평온'이라는 명목으로 '유화주의자'로 낙인찍혀도 상관없다는 사람들은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 정부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등 국내 사회 문제에서 지나치게 '깨어 있는' 의제를 추구한다며 공개 비판해왔다.

파블로스 마리나키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사마라스 전 총리의 제명을 발표하며 "이 어려운 시기에 국가의 안정을 걸고 도박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밝혔다.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15세기 말 그리스가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점령당한 이후 수백 년간 앙숙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대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에 그리스가 먼저 지원의 손길을 내밀며 양국 사이 해빙 무드가 조성됐다.

튀르키예는 그리스 등 서방과 관계 개선과 함께 20년 넘게 희망한 유럽연합(EU) 가입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

사마라스가 미초타키스와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 총리의 아버지인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는 사마라스를 발탁해 재무장관과 외무장관 등 요직을 차례로 맡겼다.

하지만 사마라스는 외무장관 재직 시절인 1992년 이웃 나라인 마케도니아와 국명 논쟁에서 강경 노선을 고수하며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총리와 갈등을 겪자 신민주주의당을 박차고 나와 '정치의 봄'을 창당했다.

2004년 신민주주의당에 재입당한 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그리스 총리를 지냈다.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