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 담그기' 문화유산 등재 앞두고 K-장벨트 가보니

연합뉴스 2024-11-18 00:01:04

식품명인과 함께하는 미식여행…K-미식벨트 첫 상품

기순도·강순옥 식품명인과 장 담그기 체험

죽녹원·강천산 등 지역 관광지와 연계

"발효문화·한식·제철밥상 등으로 2032년까지 미식벨트 30곳 조성"

기순도 대한민국 전통식품 진장 명인

(담양·순창=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재료로는 물과 메주, 소금을 쓰고 여기에 시간과 정성이 들어갑니다. 과정 중 그 어느 하나만 소홀해도 (장이) 안 됩니다."

지난 14일 전남 담양군 고려전통식품에서 기순도 식품명인(35호·진장)을 만났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마당에는 항아리 1천200여개가 빼곡했다. 기 명인이 이 중 하나의 뚜껑을 열자 간장 냄새가 퍼져 나왔다. 지난 2015년 기 장인이 손수 담근 진장(5년 이상 숙성한 간장)으로, 향은 짙고 맛은 부드러웠다.

체험장에서는 '장 가르기'를 해 볼 수 있었다. 기 명인이 미리 마련해 둔 장을 깔때기와 체를 이용해 간장이 될 장물 부분과 된장이 될 건더기(메줏덩이)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다.

기 명인은 체험을 마친 기자에게 "메주를 제대로 아셨으니 이제 한국인이 되셨다"고 웃어 보이며 "(전통) 간장으로 살짝 간을 해 김밥을 만들면 아이가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전통 장 담그기 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장 문화를 지켜가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교육을 많이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순도 명인과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

기 명인과 함께하는 장 만들기는 'K-미식벨트'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K-미식벨트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향토 음식 등 한식 관련 자원과 지역 관광명소를 결합한 미식 여행 상품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관광 상품 고도화를 위해 이 같은 미식 관광 사업을 기획해 다음 달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며 첫 상품으로 '장 벨트'를 선정했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장 담그기는) 인류가 보존해야 할 유산인데 우리가 (보존에) 소홀해서는 안 되겠다"며 "우리 장이 오래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 벨트 체험은 담양군과 전북 순창군에서 1박 2일간 진행되며, 사업 운영은 코레일관광개발이 맡는다.

코레일관광개발은 다음 달 중순 출발하는 일정으로 시범 상품을 선보이기로 하고, 이르면 이번 주 중 상품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고추장 만들기 설명하는 강순옥 식품명인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 코레일관광개발은 지난 14∼15일 상품을 소개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14일 기 명인과 함께 한 프로그램이 진행된 데 이어 15일에는 장류의 고장인 전북 순창군 순창장본가에서 강순옥 식품명인(64호·순창고추장)과 함께 고추장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체험 뒤 강 명인은 "여기 왔응께(왔으니까) 우리 고추장 맛 한 번 봐야지"라며 1년간 숙성한 고추장과 함께 오이, 당근, 쌈밥을 내왔다.

이어 최근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나와 관심을 끌었던 고추장 버터를 만드는 시간도 마련됐다. 버터 30g에 고추장과 꿀, 쪽파, 말린 마늘 조각 등을 취향에 맞게 넣어 느끼한 맛은 줄이고 달콤한 맛은 추가한 '나만의 이색 버터'를 만들 수 있었다.

강순옥 명인의 고추장과 간식

장 벨트는 명인과 장 만들기 외에도 지역 대표 관광 상품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담양에서는 죽녹원을 방문하고 담양의 차 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순창에서는 강천산 트레킹을 하고 장을 담는 옹기를 본 뒤 물레로 그릇 만들기 체험을 한다.

이에 더해 담양과 순창에서 떡갈비, 고추장 불고기 음식점 같은 맛집을 찾아가고, 쉬는 시간에는 지역의 명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길 거리 중 하나다.

농식품부는 올해 장류 벨트 한 곳을 지정한 데 이어 내년에는 김치, 인삼, 전통주를 주제로 한 미식벨트를 각각 추가로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후에도 발효 문화, 전통 한식, 제철 밥상, 유행 한식 등을 테마로 미식벨트를 추가 지정해 오는 2032년까지 30곳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