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사장, 13∼14대 국회의원, 국무조정실장 등 역임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이재영 기자 = 1983년 북한의 아웅 산 묘소 폭탄 테러 당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최재욱(崔在旭) 전 환경부 장관이 17일 0시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4세.
최 전 장관은 최근 2년간 뇌경색으로 투병해왔다.
1940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북고,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1980년 전두환(1931∼2021) 대통령 당시 대통령 공보비서관으로 임명됐다.
1983년 10월 전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했다가 미얀마 아웅 산 묘소 폭탄 테러에 휩쓸렸다. 고인은 테러 현장 단상에서 전 대통령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공식 수행원 15명 중 한명이었다. 당시 한국 측에서 수행원 13명과 이중현 동아일보 사진기자 등 모두 17명이 숨졌고, 이기백(1931∼2019) 당시 합참의장과 고인은 살아남았다. 이기백씨가 지난 2019년 별세한 뒤 고인이 테러 현장에 있던 공식 수행원 중 마지막 생존자였다.[https://youtu.be/0KbZy7eF9wU?si=4PVC5iA8th07C9H2] 당시 수행 기자로 현장에 있었지만, 목숨을 건진 최금영 연합통신 기자는 2003년 세상을 떠났다.[https://www.yna.co.kr/view/AKR20031009003300004]
고인은 생전인 2015년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웅 산 테러를 두고 "남의 나라에서 (해당 국가의) 주권을 짓밟고 테러를 하는 것은 인류역사상 없던 일"이라면서 "상상할 수 없는 야만적인 일을 북한이 저질렀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웅 산 테러에서 생존한 뒤 삶에 대해 "덤으로 주어진 인생이니 제 딴엔 최선을 다했다"면서 "맡겨진 임무 하나하나 하는 것은 내 생의 기쁨이라기보다 나라를 위한 보답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는 서남아·대양주 6개국 순방에 나선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겨냥한 북한의 테러로, 폭탄은 대통령이 묘소에 입장하기 전 터져 전 전 대통령은 무사했으나 수행원들과 미얀마인 4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망한 수행원 중엔 서석준 부총리, 이범석 외무부 장관, 서상철 동자부 장관, 함병춘 대통령 비서실장, 김동휘 상공부 장관,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 등 정부 핵심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
북한은 1980년대 초 미소 간 신냉전, 미중일 화해, 한미일 동맹 강화, 한중 경제 관계 확대 등 변화하는 외교 환경에 대응해 한국 사회 불안정을 유도하며 대남정책 우위를 확보하고자 아웅 산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분석됐다.
고인은 1986∼1987년 경향신문 사장을 지냈고,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전국구 국회의원이 됐고,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는 민주자유당 후보로 대구 달서을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1998∼1999년 환경부 장관, 2000년 1월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한국신문상(1972), 세네갈 정부 녹십자훈장(1982), 홍조근정훈장(1985), 국민훈장 모란장(1987)을 받았다.
유족은 아들 최효종(법무법인 린 변호사)씨와 딸 최다혜(미국 사우스앨라배마대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18일 오후 1시부터 조문 가능), 발인 20일 오전 8시30분. ☎ 02-3410-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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